박홍근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출처= 연합뉴스]
25일 한민국 정부의 자원 배분과 국가 전략을 총괄할 기획예산처가 공식 출범하며 박홍근 초대 장관이 취임했다.
박 장관의 취임 일성은 명확하다. 단순한 ‘곳간지기’의 역할을 넘어, 국가의 운명을 개척하는 ‘전략적 컨트롤타워’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취임사는 향후 정부의 재정 운용 방향과 국가 운영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델타 프로젝트’가 시사하는 국가미래전략의 재설계
박 장관은 취임사에서 네덜란드의 ‘델타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이는 기획예산처가 지향하는 업무의 성격이 당장의 현안 대응을 넘어선 ‘백년대계’에 있음을 시사한다.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네덜란드의 사례처럼, 대한민국 역시 저성장과 인구 구조 변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그가 강조한 ‘국가미래전략의 큰 물줄기’는 단순히 예산을 깎고 배분하는 수동적인 기능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 자원을 어디에 집중 투입할 것인지 결정하는 ‘설계자’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기획예산처가 부처 간 할거주의를 타파하고 국가 전체의 이익을 조율하는 실질적인 사령탑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선언이다.
◆재정 운용의 패러다임 전환…‘재보(財寶)’에서 ‘에너지’로
가장 주목할 점은 재정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박 장관은 재정을 "곳간에 쌓아두는 보물"이 아닌 "경제의 실핏줄에 온기를 전하는 살아있는 에너지”라고 정의했다. 이는 건전재정의 틀에 갇혀 자금의 흐름을 억제하기보다는, 필요한 곳에 적기에 투입하여 경제 활력을 이끌어내는 ‘적극재정’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특히 ‘재정개혁 2.0’이라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과거의 관행적 예산 편성에서 벗어날 것을 예고했다.
이는 성과 중심의 예산 구조조정과 더불어, 민생 경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지출 확대를 의미한다. 재정이 단순히 숫자의 합계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동력원이 되어야 한다는 박 장관의 철학이 투영된 대목이다.
◆권력기관에서 ‘진정한 파트너’로의 탈바꿈
기획예산처는 과거 예산 편성권을 무기로 다른 부처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장관은 이를 의식한 듯 ‘탑다운(Top-down) 예산제도’를 근간으로 한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부처별로 한도액을 설정해주되 그 안에서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국회 및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파트너십’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예산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실용주의적 태도로 해석된다. 권한을 휘두르는 조직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 기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다짐이다.
◆‘운외창천’(雲外蒼天)의 리더십과 과제
박 장관이 언급한 ‘운외창천(구름 너머에는 푸른 하늘이 있다)’은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뚫고 희망적인 미래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여건이라는 ‘짙은 구름’ 뒤에 숨겨진 ‘푸른 하늘’을 보기 위해선 기획예산처의 정교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적극재정을 추진하면서도 국가 채무의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재정 건전성’과의 조화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또한, 신설 부처로서 타 부처와의 정책 조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도권 다툼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도 관건이다.
박 장관의 취임은 대한민국 재정 행정의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보수적인 관리 중심에서 공세적인 미래 설계 중심으로의 전환은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으나, 동시에 철저한 성과 검증과 책임 행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초대 장관으로서 그가 그리는 ‘국가미래전략’의 물줄기가 실제 국민 삶의 현장에 어떤 온기를 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 장관의 기획예산처 구체적 실행 방안
박 장관의 취임사에 따르면 기획예산처의 핵심 정책 기조인 '재정개혁 2.0'과 '탑다운(Top-down) 예산제도'는 박 장관이 강조한 '파격적인 재정 패러다임 전환'의 실무적인 뼈대라고 볼 수 있다.
재정개혁 2.0으로 지칭된 핵심 방안은 '관리'에서 '투자'로의 전환을 뜻한다. 과거의 재정 운용이 단순히 세입 범위 내에서 지출을 통제하는 '곳간지기'형 방식이었다면, 재정개혁 2.0은 재정을 국가 성장의 마중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이는 성과 기반 구조조정이기도 하다. 관행적으로 편성되던 유사·중복 사업을 과감히 폐지하고, 확보된 재원을 AI, 반도체, 기후위기 대응 등 '미래 전략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이와 함께 민간 협력(PPP)도 늘린다. 정부 예산만으로 한계가 있는 대규모 인프라나 복지 사업에 민간 자본과 효율성을 결합하여 재정의 지렛대 효과(Leveraging)를 극대화한다.
또한 디지털 재정 관리도 병행한다. AI를 활용해 예산 낭비 요소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세수 추계와 지출 분석을 통해 재정의 투명성을 높인다.
예산 흐름 [출처=픽사베이 ]
◆탑다운 예산제도…'자율'과 '책임'의 조화
박 장관이 언급한 '진정한 파트너'로서의 면모는 이 제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존의 상향식(Bottom-up) 방식이 부처 간 예산 따내기 경쟁을 부추겼다면, 탑다운 방식은 이를 근본적으로 판도를 뒤집는다.
우선 전략적으로 재원을 배분한다. 국무회의 등을 통해 국가 전체의 우선순위를 먼저 결정한 뒤, 각 부처별 예산 한도(Ceiling)를 미리 설정해준다.
부처 자율성도 강화한다. 각 부처는 정해진 한도 내에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결정한다. 기획예산처는 세세한 항목을 간섭하기보다 전체적인 방향성만 조율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엄중히 지게 한다. 자율성을 준 만큼 사업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엄격해진다. 성과가 미진한 사업은 다음 해 예산 편성에서 즉각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
◆기대 효과와 직면 과제…현실적 장벽도 존재
이러한 시스템이 안착될 경우 정부에서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의 소모적인 갈등이 줄어들고 국가 정책의 일관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현실적 장벽도 존재할 수 있다.
우선 부처 간 이기주의다. 기획예산처가 설정한 '부처별 한도'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둘째 정치적 외풍이 존재할 수 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역구 예산이나 선심성 사업이 끼어들 경우, 설계된 '미래 전략'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셋째 성과 측정의 모호성이 제기될 수 있다. 복지나 교육처럼 단기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분야에 대해 어떻게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댈 것인지가 관건이다.
박 장관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운외창천'의 의지가 실현되려면, 이 정교한 제도들이 현장의 관료주의를 얼마나 뚫고 나갈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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