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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나프타부터 헬륨까지…'공급망 마비' 산업계 실적 쇼크 예고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국가 기간산업 전반이 원자재 수급과 물류 고립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첨단...

[기획]나프타부터 헬륨까지…'공급망 마비' 산업계 실적 쇼크 예고

급유 단가 2배 폭등에 항공업계 비상…물류비 10배 견디는 비상경영

자동차·이차전지 수출 30% 급감 전망…2·3차 협력사 도산 공포 확산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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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수출을 견인하는 핵심 주력 산업군이 공급망 쇼크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며 수익성이 악화될 전망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국가 기간산업 전반이 원자재 수급과 물류 고립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첨단 반도체 공정에 필수인 희귀 가스 공급망 단절이 꼽힌다. 초미세 공정에 투입되는 정밀 화학 소재와 희귀 가스 조달 차질이 실제 생산 라인의 가동률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SML의 극자외선 노광 장비 운용과 웨이퍼 냉각의 필수 대체 불가능 소재인 고순도 헬륨 수급은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페르시아만 인근에 고립된 200여개의 헬륨 컨테이너는 냉각 장치 없이 단열재에만 의존하고 있어 기화 한계 시점인 35~48일이 경과하면 전량 변질돼 폐기가 불가피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설상가상으로 나프타 가격 폭등으로 소모품 비용까지 끌어올리며 숨통을 조이고 있다.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인 웨이퍼 이송 장비와 세정용 공정 케미칼 단가도 급등하며 반도체 업계의 영업이익률이 분기 대비 5~8%포인트 이상 훼손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수출 운송을 담당하는 항공업계는 전사적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고유가와 고환율 등 대외환경 악화에 대응해 1일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시행한다. 이번 조치는 티웨이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것으로 현재 진에어, 에어부산 등 LCC들도 운항편을 줄이며 손실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은 사내 공지를 통해 "4월 급유 단가가 갤런당 450센트로 사업계획(220센트) 대비 두 배 이상 폭등하며 막대한 연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류 대란은 자동차와 2차전지 업계에도 피해를 입히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석유화학 기반 원료인 플라스틱 내외장재와 타이어용 합성고무(SBR) 수급 마비로 조업 차질이 예상된다. 중동 지역 수출 실적이 30% 이상 급감한 가운데 해상 운송 불능에 따른 항공 운송 전환으로 해상 대비 최대 10배에 달하는 물류비 부담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원가 상승분을 감당하기 어려운 2·3차 협력사들의 도산 위험은 자동차 생산 생태계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 인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차전지 업계도 급증한 물류비와 소재가 상승분을 판가에 즉시 반영하지 못해 제조 원가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원료인 나프타의 약 5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해협 봉쇄가 이어질 경우 존폐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이미 손익분기점인 톤당 300달러를 하회하고 있다.

기초 소재 공급 차질은 가전 및 IT 산업으로 전이돼 고기능성 수지(ABS) 부족에 따른 패널 생산 타격과 제조원가 상승도 유발하고 있다. 대형 가전의 해상 운임 폭등과 메모리 가격 상승은 국내 완제품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거시 경제 지표 악화도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며 원자재 수입 비용이 폭증해 물류비와 에너지 원가 상승폭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를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원재료 도입과 제품 운송에 투입되는 비용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반도체, 건설 등 주요 석유화학 전방 산업의 생산 차질 규모와 수출 둔화 양상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위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이 회복이 힘든 수준으로 약화될 수 있다. 범국가적 차원의 공급망 위기관리 체계 가동과 함께 중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강화 및 산업 구조 체질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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