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윳값 급등… 2500원도 등장
유류할증료 3배 급등… 여행객 ↓
삼성, 스마트폰 가격 이례적 인상
정부 추경에 인플레이션 우려도
3월 휘발유 가격 추이 주요 포인트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1일 리터 당 1900원을 돌파했다. 서울 평균 가격은 1950원을 넘어 2000원을 향해 가고 있다. 한 달 전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 전 보였던 2500원대 주유소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가 30년 만에 최고가격제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냈지만, 주유소 ‘노마드’(유목민)의 갈 곳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장도 이날 평상시보다 한가해졌다. 유류 할증료가 3배나 급등하면서 여행객 수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에서 뉴욕을 오가는 왕복 항공권 가격은 유류 할증료로만 전 달보다 최소 40만원 이상 올랐다.
업계에서는 5월에는 유류 할증료가 최고 단계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PC와 가전제품 등의 가격은 이미 오르는 중이고, 삼성전자는 작년 7월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가격을 9만4600원에서 19만3600원까지 인상했다. 통상 스마트폰 가격은 출시 이후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오히려 거꾸로다.
국제유가와 환율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이처럼 고물가 시한폭탄이 곳곳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반도체 품귀 현상에 따른 원가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으니,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가공식품 등 주요 소비재 가격 인상도 시간문제다.
1일 유가정보제공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전날보다 12원 오른 리터 당 1907.68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2차 최고가격제를 시행(3월 27일)하기 전인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해 일주일 내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전날에 비해 9원 오른 1954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휘발유 가격은 전국 평균 1819원, 서울 평균 1848원이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로 휘발유 가격이 폭등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 이후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쌌던 시기는 지난 10일 전국 평균 1907원, 지난 9일 서울 평균 1950원이었다.
급기야 휘발유 가격이 2500원인 주유소도 나왔다. 이날 서울 강남구 제이제이주유소는 휘발유를 2498원에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업계에서는 최근 몇 주 간의 국제유가 오름세가 반영되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이 2000원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도 유류 할증료 폭탄이 터졌다. 4월 유류 할증료는 18단계가 적용돼 3월(6단계)에 비해 12단계가 올라갔다. 이는 2016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자, 역대 최대 수준인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22단계)와 근접한 수치다.
챗 GPT가 그린 일러스트.
이에 따라 장거리 노선 기준 4월 적용 국제선 유류 할증료도 3배 가까이 올랐다. 대한항공은 뉴욕 등 장거리 노선의 유류 할증료를 3월 9만9000원에서 4월 30만3000원으로 인상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기존 7만8600원에서 25만1900원으로 올렸다.
현재 항공유 가격은 4월 유류 할증료 산정 기준가격보다 2배 이상 오른 상태여서, 5월 유류 할증료는 사상최고를 경신해 최고단계(33단계)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장거리 노선은 왕복 100만원 수준의 유류 할증료가 나올 수 있다.
외항사에서 대안을 찾기도 어려워졌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주요 항공사들은 6월 이후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의 유류 할증료를 최대 2배 가량 인상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다른 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마트폰·PC 등 반도체 시장 물가도 오르고 있다. 폭등하고 있는 메모리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지만 이미 출시한 모델의 출고를 다시 인상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PC의 경우 지난해 12월 델(Dell)이 메모리 가격 상승 등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약 15~20% 인상했으며, 레노버(Lenovo)도 올해 들어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을 적용하거나 사전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이수스(ASUS) 역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노트북 가격을 최대 30%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 HP, 에이서(Acer) 등 주요 PC 제조사들도 부품 단가 상승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물가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날 석유최고가격제 손실보전 5조원을 포함한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안’을 내놨으나 26조2000억원이 넘는 돈을 시장에 푼다는 계획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예산을 조속히 집행해 상고 하저를 대비하는 방법으로 추경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물 들어온 김에 노 젓는 식의 급한 추경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우려가 적잖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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