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재건 수주 가능성에 대한 국내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 = 현대건설
| 뉴스워치= 최수아 기자 | 최근 주식시장에서 건설주들이 '중동 재건'과 '원전 수출'이라는 쌍두마차를 타고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후 복구 사업이 국내 건설사들에 '수주 잭팟'을 안겨줄 것이라는 시장의 낙관론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건설 현장은 고질적인 불황 국면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향후 글로벌 수주가 건설업계의 침체를 돌파할 모멘텀이 돼줄지에 관심이 모인다.
22일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3년간 원전·중동 관련 수주 규모는 약 1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0년대 초반의 '중동 붐'에 비견되는 강력한 모멘텀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그간 중동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관리 분야에서 축적한 풍부한 경험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로 전날(21일) 건설주는 중동 재건 기대감에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대우건설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6% 급등했고, GS건설과 태영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도 동반 상승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첫 거래일인 3월3일 종가 8900원이던 주가는 이날(4월22일) 오후 2시30분 기준 3만2400원까지 오르며 약 264%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의 배경으로 대우건설이 지난해 4분기 해외 원전 수주 가능성을 제시한 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 주가는 중동전쟁 발발 후에도 잠시 주춤하다가 쭉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캡쳐=네이버
이라크, 가자 지구, 레바논 등지에서 피격당한 에너지 시설의 시공을 맡았던 우리 기업들이 복구 및 증설 사업에서 우선순위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한국 건설업계는 오랜 협력 역사와 기술적 신뢰도를 갖추고 있으며, 정치적으로도 우호 관계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사 대비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가 급등 지표만으로 국내 건설 업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건설업계의 현실은 다르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폐업한 건설업체는 1088곳으로 집계됐다. 1분기 기준 폐업 건수가 1000건을 넘은 것은 2014년 이후 12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건설 업황이 그만큼 악화한 것으로 해석한다.
건설 원가의 고공행진도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이 발표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69(잠정치)로, 2020년(100) 대비 30% 이상 폭등했다. 팬데믹 이후 철근값 상승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근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까지 겹치며 자재비·인건비·물류비가 동시다발적으로 치솟은 탓이다.
문제는 중동발 호재 전망이 당장의 악재를 상쇄하기엔 시점상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송승현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분명 호재이나, 단기적으로는 전쟁 여파로 인한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강화된 규제와 대출 압박은 업계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고용시장도 녹록지 않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24년 5월 이후 22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으며, 대형 건설사들조차 희망퇴직과 구조조정 등 '칼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종전 이후 실제 입찰과 계약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과 중국·튀르키예 등 저가 수주를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도 변수다.
한 전문가는 "중동발 '훈풍'이 얼어붙은 국내 건설 현장을 지금 당장 녹이기엔 아직 온기가 부족하다"면서 "향후 수주가 실질적 수익이 되기까지 현재 위기를 버텨낼 체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최수아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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