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하청 권리 보장해 노사갈등 오히려 조장
사회복지 종사자 “정부는 원청”… 교섭 미수용시 파업 예고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소속 국가기관 공무직노동자들이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획예산처에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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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이른바 '3고' 현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주요 산업 현장 곳곳에서 노사 갈등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 기업을 비롯해 사회 서비스 노동조합까지 파업을 예고하면서, 한국 경제 전반의 생산력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파업 행위에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이 지난달 10일 전면 시행된 이후 원청과 하청 간 갈등이 더 확대됐단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6일 기준 하청노조 985곳이 원청 367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청노조 조합원은 14만3786명에 이른다.
노란봉투법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겠단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산업 각지 하청 노동조합계는 원청을 향해 교섭에 응하라며, 일부는 파업까지 경고한 상황이다.
본래 노란봉투법엔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 기업을 사용자로 인정해,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게 골자다. 그러나 법안이 실행된지 한달이 다 됐지만 실제 현장에선 원청은 하청의 요구에도 별다른 대꾸없이 침묵하는 상황이며, 하청은 원청을 향해 ‘파업’ 카드를 들이민 형국이다. 사실상 노란봉투법이 노사 분쟁을 더 심화시키는 주범이 된 셈이다.
사업장은 노조로부터 교섭을 요구받을 경우, 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해당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에서는 제시된 의제가 구체적이지 않거나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공고를 미루거나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 사업장은 31곳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입장에선 일부 하청의 교섭 요청을 수용하면 연관된 다른 하청은 물론 타산업계까지 교섭 선례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원청이 적극적으로 하청의 교섭 요구를 수용하진 않을 전망이다.
노사 분란이 전 산업계로 확산되며, 불경기 속에서도 수출에 선방하며 사실상 한국경제를 견인하는 ‘효자산업’의 동력마저 멈출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현대자동차와 한국GM, 한국타이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현대건설, 포스코 등은 하청업체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고 있다. 현대차 하청노조는 교섭을 촉구하며 7월 파업을 예고했다. 한화오션 하청노조는 지난달 한화오션 사내 선각삼거리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삼성은 임직원들이 직접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임금 인상 등 요구사항을 내걸며,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당장 5월 중 총파업을 단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 뿐 아니라 사회복지 서비스 종사자들도 연이어 파업을 시작하거나 예고한 상태다. 대전 등 일부 지자체의 학교비정규직 노조(조리실무사, 당직실무사 등)는 개학(3월)이 한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파업을 단행했다. 교육청과의 직종 교섭이 지연됐단 이유에서다. 지난 3월 노인 및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에 입소하는 대신, 평생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가 오는 27일 시행됐지만, 돌봄노동자 조합이 정부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회 복지 노조의 공통점은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정부를 ‘원청’으로 브고 교섭을 요구했단 공통점이 있다. 당초 관련법 시행 전에도 법률 전문가들은 원청이 하청 노조의 상시적인 교섭요구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산업계와 정부기관 모두 불필요한 노사 갈등에 휘말리게 된 셈이다.
법무법인 세종 관계자는 “무엇보다 ‘사용자’의 범위가 확대돼 현행 노동조합법이 마련한 협약자치 시스템이 송두리째 흐트러진 것”이라며 “공공기관의 노동조합도 임금 인상을 위해 직접 기획재정부와 교섭을 하려고 할 것이다. 노조는 사실상 온갖 의제를 이유로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게 됐으므로 ‘파업의 일상화’가 초래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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