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연 사회문화부 기자
알려도 될 일이었다면, 굳이 어렵게 확인할 이유도 없었다.
김영길 울산 중구청장이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6박 8일 일정으로 뉴질랜드와 호주를 방문 중이다. 입화산 산림휴양관과 향후 글램핑장, 모노레일 등 산림휴양 관련 사업의 해외 선진사례를 살펴보기 위한 출장이다.
출장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추진 중인 사업과 관련해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지자체장의 업무 가운데 하나다. 특히 평일 행정공백을 줄이기 위해 추석 연휴와 주말을 활용했다는 설명 역시 충분히 납득할 만한 대목이다.
문제는 출장 사실을 알리고 설명하는 과정이다.
28일 오전 중구청장의 주간 일정을 확인하던 중 해외출장 일정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 기자가 출장 여부와 목적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문의했다. 하지만 홍보실이 답변을 피하면서 공식적인 답변을 받는 데 시간이 걸렸고, 결국 여러 경로를 거쳐 확인해야 했다.
오히려 답변이 늦어지고 확인 과정이 복잡해지면 기자 입장에서는 공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것인지 불필요한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런데 이날 오후 중구는 ‘입화산 산림휴양 선진사례 찾아 해외 현장 벤치마킹’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미 사흘 전 출장이 시작된 뒤였다.
보도자료에는 출장 목적과 일정, 현지에서 살펴보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오는 10월 준공, 11월 개관 예정인 산림휴양관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2027년 추진 예정인 글램핑장과 모노레일, 숲속정원화 등에 해외 사례를 반영하기 위한 출장이라는 설명이다. 당초 5~6월 추진하려던 일정이 정부합동감사와 결산 등으로 미뤄졌다는 배경도 담겼다.
더구나 이번 출장은 중구의 핵심사업인 산림휴양 사업과 관련된 일정이다. 그렇다면 주민들에게도 출장의 목적과 취지를 미리 알리지 못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기자가 묻고 확인하는 과정이 시작된 뒤에야 출장 목적과 배경을 구체적으로 담은 자료가 나온 것도 아쉽다. 결과적으로 사전에 설명할 수 있었던 내용을 뒤늦게 해명하는 듯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결국 아쉬운 것은 출장 자체가 아니라 소통 방식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의문을 답변이 늦어지면서 키운 셈이다.
지자체와 주민, 언론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일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다. 공개할 수 있는 것은 투명하게 설명하고, 공개하기 어려운 것은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는 기본적인 소통이다.
행정의 신뢰는 거창한 보도자료보다 이런 작은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주하연 사회문화부 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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