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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수첩] 삼성전자 노조 '블랙리스트 의혹'…'투쟁 명분' 스스로 짓밟...

삼성전자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행보가 노동권 보호라는 본연의 궤도를 벗어나, 결국 법·윤리적 심판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최근 불거진 노조 미가입자 명단 유포와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은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단체행동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기자수첩] 삼성전자 노조 '블랙리스트 의혹'…'투쟁 명분' 스스로 짓밟...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행보에서 최근 불거진 노조 미가입자 명단 유포와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은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단체행동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 최문수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행보가 노동권 보호라는 본연의 궤도를 벗어나, 결국 법·윤리적 심판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최근 불거진 노조 미가입자 명단 유포와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은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단체행동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1분기 영업이익 57조 원이라는 기록적인 성과 뒤에 가려진 노사 갈등의 이면에, 동료를 식별하고 배제하려는 구시대적인 집단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건의 핵심은 노조원들이 노조 가입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해 동료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추출했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지난 10일 삼성전자 사내 공지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특정 부서 메신저 방에서 수십 명 이상의 부서명, 성명, 사번, 그리고 가장 민감한 ‘조합 가입 여부’가 담긴 명단이 유포됐다. 이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노조 가입 여부는 개인의 신념과 정치적 성향을 나타내는 정보로서, 엄격히 관리돼야 할 ‘민감 정보’로 분류된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를 수집하고 명단화해, 제3자에게 유포하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정면으로 침해한다. 삼성전자가 자사 직원을 경찰에 정식 수사 외뢰한 건, 이 사안을 단순한 노사 간의 기싸움이 아닌 조직의 존립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번 사태는 우발적인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앞선 노조 지도부의 지속적인 ‘보복성 발언’ 때문이다. 노조 위원장은 3월부터 유튜브 등 공식 채널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을 명단으로 관리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특히, 강제 전환 배치나 해고 등 인사상 불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검토하겠다는 구체적인 보복 방안까지 언급했다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노동전문가들은 이러한 지도부의 행태가 조합원들에게 ‘미가입자 색출’을 정당한 활동으로 오인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지적한다. 특정인을 식별해 명단을 만드는 행위는 불참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실질적인 불이익을 예고하고는 행위로, 사실상 파업 참여를 강요하는 ‘업무방해’이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민주 노조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분법적 노조의 리더십은 내부적으로는 물론, 외부적으로도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노조의 투쟁 방식은 대외적인 신뢰뿐 아니라 내부적인 결속마저 갉아먹고 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3.1%라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했지만, 반대편에는 사업부 간의 깊은 갈등의 골이 존재해서다.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0% 지급 등 노조의 핵심 요구안은 상대적으로 이익 규모가 큰 반도체 부문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이로 인해 모바일이나 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노조가 특정 사업부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소외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투표 결과 공지 이후, 노조 내부 게시판에서는 반대표를 던진 6.9%의 조합원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같은 목표를 지향해야 할 동료들이 서로를 ‘배신자’로 낙인찍는 상황에서, 노조가 주장하는 ‘연대’는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최근 임금 인상률 6.2%와 성과급 제도 개선 등 역대급 제안을 내놓으며 타결 의지를 보였다. 특히, 시스템LSI나 파운드리 등 소외 사업부에도 최대 75%의 성과급을 제안하며 부서 간 형평성을 맞추려 노력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단칼에 거절하고 ‘제도적 구조 변경’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끝까지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반대를 위한 반대’는 전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경쟁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는 ‘치명타’다. 반도체는 단 하루의 가동 중단만으로도 수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장치 산업인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등 중요한 시점에 내부 갈등으로 인해 공급 신뢰도를 잃게 된다면,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고객사들은 미련 없이 경쟁사로 눈을 돌릴 것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권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국민적 공감과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책임감이 전제돼야 하지만, 현재 노조의 행태에서는 ‘1등 기업’ 구성원다운 성숙함을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전자 노조의 투쟁은 이제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도덕적 파산의 위기에 직면했다. 동료의 사생활을 캐내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무기로 인사상 보복을 예고했다면 어떤 명분으로도 미화될 수 없다. 이들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고 진정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선, 불법적인 행태에 대해 사과하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국가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삼성이 멈추면 수만 개의 협력사와 그 가족들의 생계도 멈춘다는 사실을, 노조는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선을 넘은 투쟁은 결론적으로 노조의 고립을 초래하고,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공멸하는 길이라는 걸 명심해야 할 때다.

뉴시안 최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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