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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수첩] SK하이닉스 '억대 성과급'에 잊혀진 것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피지컬AI 최강국 도약을 위한 입법 논의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성과급의 '성' 자도... 하지만 앞으로 AI 패권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큰,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규모의 자본이...

[기자수첩] SK하이닉스 '억대 성과급'에 잊혀진 것들

SK하이닉스의 성과급에 이목이 쏠렸다. 최근 고졸·전문대졸을 대상으로 열린 생산직 채용 공고는 단숨에 '하닉고시'가 됐다. 어렵게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학위를 숨긴 채 지원할 방법을 찾는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국내 대학의 유구한 서열과 취업 중심 교육열에 SK하이닉스가 균열을 낸 셈이다.

이렇듯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기업 내부 보상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정작 잊힌 것이 있다. 반도체 초호황기 이후다. 더 정확히는 이 호황의 과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대한 질문과 고민이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피지컬AI 최강국 도약을 위한 입법 논의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성과급의 '성' 자도 나오지 않았다. 박석중 SK그룹 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은 지금을 '골든타임'으로 규정했다. 한국은 반도체와 제조 데이터라는 강점을 가졌지만 데이터센터와 데이터 수집·실증, 온디바이스 생태계, 글로벌 스탠다드와 연결되는 인프라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진단이었다. 지금은 회수의 시기가 아니라 투자와 선점의 시기라는 것이다.

박 소장의 설명은 단순한 위기의식이 아니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투자 규모는 이미 상상을 넘는다. 박 소장은 2030년 전 세계 AIDC 규모가 200GW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1GW 구축 비용이 최신식 GPU 기준으로 100조 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앞으로 늘어날 150GW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0조 달러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일본과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이 지점에서 오늘날 성과급 열풍을 되짚어보자. 성과급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문제는 사회적 관심이 성과급의 직접 수혜자인 SK하이닉스 직원 개인과 그 액수에만 과도하게 쏠린다는 데 있다.

7억 원이라는 성과급은 분명 큰돈이다. 하지만 앞으로 AI 패권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큰,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규모의 자본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이 숨 가쁘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우물 안 초호화 청정수에만 안주할 수는 없다.

지금 우리가 논해야 할 것은 SK하이닉스 성과급 액수 자체가 아니다. 상한선을 영구적으로 없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체계가 삼성전자 노조를 자극했다는 식의 소모적 논쟁도 본질이 아니다. 피지컬AI라는 다음 챕터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서 독자적 위치를 차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다.

박 소장이 말했듯 "우리나라가 피지컬 AI라는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 독자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주 치밀한 정부의 정책과 아주 천문학적인 기업의 투자와 민간의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AI 패권 경쟁이 본격화한 시점이다. 박 소장은 거대언어모델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전체 AI 생태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실질적인 부가가치는 제조와 물류·휴머노이드·자율주행 같은 피지컬 영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봤다.

기업의 이익은 임직원 보상의 재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산업 경쟁력의 재원이기도 하다. 특히 반도체와 AI처럼 선행 투자와 기술 축적이 승패를 가르는 업종에서는 더 그렇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호황기 이익으로 피지컬AI로 대표되는 가까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집요한 논의다.

오늘경제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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