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금·엑시트 부족도 지적…중기부 ‘민간 중심 전환’ 제시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9일 서울 서초구 한국벤처투자에서 열린 ‘모태펀드 장기·스케일업 투자 업계 간담회 ’에 참석하여 인사말씀을 하고있다. 사진=중기부 제공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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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이 일정 단계에서 더 커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스케일업 단계 투자 공백과 장기자금 부족, 투자 이후 회수 시장과 수요 부재가 동시에 지목됐다. 벤처캐피털(VC)과 기업들은 투자 부족이 아니라 구조 문제라고 입을 모았고, 정부는 민간 중심 투자 확대와 장기 투자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9일 서울 서초구 한국벤처투자에서 VC, 기업,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모태펀드 장기·스케일업 투자 업계 간담회’를 열고 유니콘 육성을 위한 투자 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가장 많이 언급된 문제는 ‘스케일업 투자 공백’이었다. 기업이 초기 단계를 지나 일정 규모로 성장하면 오히려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는 구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가치 3000억원에서 1조원 사이에서 투자 흐름이 끊긴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VC들은 “초기와 대형 투자 사이가 비어 있다”며 “투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구간을 담당하는 투자 구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는 기업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제기됐다.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이미 검증된 기업에는 자금이 몰리지만, 가능성은 있지만 위험이 큰 기업은 투자를 받지 못한다”며 “이른바 ‘경계선 기업’을 어떻게 지원할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이미 잘 되는 기업이 아니라 사라질 수 있는 기업 중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투자 부족 역시 공통된 문제로 꼽혔다. AI, 반도체 등 딥테크 산업은 개발과 사업화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재 벤처펀드는 일정 기간 내 회수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충분한 투자가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기술 개발과 투자 회수 사이의 시간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산업과 자본의 구조가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9일 서울 서초구 한국벤처투자에서 열린 ‘모태펀드 장기·스케일업 투자 업계 간담회 ’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중기부 제공
단순 투자만으로는 기업 성장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는 “AI 반도체는 개발에 수백억에서 천억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지분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대출과 보증 등 금융 수단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결국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는 시장이 있어야 투자가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콘텐츠 분야에서도 비슷한 문제 인식이 나타났다. 이장원 콘텐츠테크놀로지스 대표는 “한국은 콘텐츠 제작은 강하지만 유통과 플랫폼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며 “제작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 구조 전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이후 회수 시장이 부족하다는 점도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투자를 해도 회수할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자금이 다시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코스닥이 대형 기업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다양한 후속 투자자가 존재하지만 한국은 이 단계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민간 중심 투자 구조 전환과 장기 투자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유니콘 기업은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 투자 속에서 성장한다”며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민간 자금 유입을 확대하고 장기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모태펀드는 모험자본이자 인내자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민간과 정책 자금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모태펀드가 중심이 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과 함께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기업 등 다양한 투자 주체를 확대해 시장을 키워야 한다”면서“투자뿐 아니라 M&A와 회수 시장까지 함께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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