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거래자가 거래장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기술주 중심의 강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 인공지능(AI)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투자자 자금이 다시 기술주로 몰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0.2%(115포인트)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4% 상승하며 1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긴 상승 기록이다.
이 같은 상승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10일간의 휴전 합의 소식을 전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이란과의 추가 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투자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반도체 업종이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브로드컴 등이 포함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도 약 1% 상승하며 12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그간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업종이 시장을 이끌었지만, 최근 들어 투자자 관심은 다시 기술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AI 확산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기술주 반등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인텔, 샌디스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S&P500지수가 연중 저점을 기록한 지난 3월 30일 이후 인텔은 66%, 샌디스크는 61%, 마이크론은 42% 각각 상승했다.
인텔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테슬라와 협력해 맞춤형 반도체 개발에 나서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AI 수요 급증으로 분기 매출이 세 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샌디스크 역시 AI 관련 수요 증가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기술주가 유가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제이 해트필드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최고경영자(CEO)는 "기술 기업은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아니고 자산이 가벼운 글로벌 기업이 많아 유가 변동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기술주는 궁극적인 안전자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의 헤지펀드는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를 주요 투자 대상으로 제시했으며, 해당 종목은 같은 기간 52% 상승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9.39달러로 4.7% 상승 마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은 이란 관련 제재를 확대하며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술주 강세 배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 회복을 지목한다. 조정을 거치며 가격 부담이 낮아진 가운데 실적 성장 기대는 유지되면서 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패트릭 라이언 매디슨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밸류에이션은 낮아졌지만 이익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다"며 "기술주 반등을 이끌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상승세 일부가 공매도 청산(숏 커버링)에 따른 일시적 수요 증가 영향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데이터 분석업체 에스3 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평균 공매도 비중은 3월 말 3.8%에서 최근 3.6%로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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