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기술력 vs 자본력···세아·포스코·현대제철, SMR '소재 전쟁'

세아는 지난 2월 최종 투자 결정(FID)이 승인돼 다음달 사전 EPC 단계에 진입하는 루마니아 도이세슈티 SMR 프로젝트와 빅테크 데이터센터용 공급망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자본력과 종합 패키지...

기술력 vs 자본력···세아·포스코·현대제철, SMR '소재 전쟁'

철강업계, 차세대 원전 생존 게임 본격화

뉴스케일 파워 SMR 모듈.  (사진=NuScale Power 제공)

인공지능(AI) 열풍과 데이터센터 확산이 불러온 전력 수요 폭증으로 원자력 산업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가운데, 국내 철강·소재 3강인 세아와 포스코, 현대제철이 차세대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이들의 경쟁은 단순한 제품 수주를 넘어 차세대 에너지 시장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생존 게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부산국제원자력에너지산업전(INEX 2026)은 3사의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소재 영토전쟁’의 전초전이 됐다.

세아창원특수강이 대규모 단독 부스를 꾸리고 현장 공세에 나선 것과 달리,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번 전시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다.

대신 실질적인 수주 기반을 다지는 ‘장외 압박’으로 대응한 모양새다.

현대제철은 지난 17일 원자력 기기 제작에 필요한 품질 시스템인 미국기계기술자협회(ASME) QSC 인증을 공식 획득하며 납품 자격을 증명했다.

포스코는 포스코이앤씨 등 건설 계열사를 통해 SMR EPC(설계·조달·시공)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을 두고 있다.

과거 세아는 특수강 파이프, 포스코는 두꺼운 철판(후판), 현대제철은 철근과 같은 봉형강으로 각자의 전문 분야가 뚜렷하게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소재 기술이 집약되는 SMR 시장이 열리면서 하나의 경기장에서 치열한 3파전이 불가피해진 국면에 접어들었다.

원자력 소재 시장의 ‘잔뼈 굵은 베테랑’인 세아는 실질적인 진도 면에서 가장 앞서는 흐름이다.

세아는 지난 2022년 9월 글로벌 1위 원전 설계사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SMR 핵심 공급망에 깊숙이 침투했다.

2024년 착공한 텍사스 특수합금 공장(SST)이 올해 계획대로 가동에 들어가면 현지화 전략을 통해 북미 시장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 2010년부터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의 공급사로 참여하며 관련 기술을 축적해 왔다.

이번 INEX 2026에서 선보인 블랑켓 차폐블록(원자로 내부 보호벽)은 이러한 장기 프로젝트 수행의 결과물이다.

세아는 지난 2월 최종 투자 결정(FID)이 승인돼 다음달 사전 EPC 단계에 진입하는 루마니아 도이세슈티 SMR 프로젝트와 빅테크 데이터센터용 공급망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자본력과 종합 패키지 역량을 무기로 세아를 압박 중이다.

비록 SMR 전용 소재를 시장에 내놓는 속도는 세아보다 늦었지만, 원전을 통째로 짓는 대형 건설사를 그룹사 식구로 두고 있다는 점이 강력한 무기다.

포스코그룹의 포스코이앤씨나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이 원전 수주를 따내면, 그 건물에 들어가는 핵심 철강재를 같은 그룹 내 소재사인 현대제철이나 포스코 제품으로 채우는 식의 ‘팀워크’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포스코는 지난 2022년 미국 원전 설계업체 테라파워와 SMR용 고성능 철강재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을 시작하며 글로벌 경쟁에 가세했다.

현대제철 역시 2021년 미국 원전 설계사 홀텍의 독점 시공권을 확보한 현대건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2023년부터 그룹사 SMR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세 회사의 경쟁은 실질적인 수주 결과가 가시화될 향후 프로젝트에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는 2032년 준공을 앞두고 핵심 기자재 발주가 시작된 국내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해 2030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정부 주도의 혁신형 i-SMR 사업은 세아의 전문성과 포스코·현대제철의 물량 공세가 직접 충돌하는 전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글로벌 진영 간의 표준 전쟁으로까지 대결 양상이 심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세아가 선점한 뉴스케일 진영, 현대제철이 가세한 홀텍 진영, 포스코가 참여하는 테라파워 진영 간의 글로벌 주도권 다툼이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는 것이다.

국내 기계설비업계 한 관계자는 “SMR은 소재 하나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라 건설, 금융, 정치적 영향력이 결합된 패키지 딜이 핵심”이라며 “자사의 철강 규격을 국내외 표준 설계안에 대체 불가능한 사양으로 넣으려는 기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