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침체로 주요 배터리 기업 수장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수주 협상과 신규 시장 발굴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차세대 배터리와 ESS 등 신사업을 앞세운 K-배터리가 언제쯤 반등 모멘텀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 챗GPT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막을 내린 ‘인터배터리 2026’ 행사는 차세대 배터리를 내세운 기술 경쟁은 뜨거웠던 반면 주요 기업의 수장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수주 협상을 위해 유럽 등 해외로 출장을 떠나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CEO 빈자리를 메운 건 각 사의 기술 관련 책임자였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 주용락 삼성SDI 연구소장, 박기수 SK온 미래기술원장 등이 현장에 참석해 자사 경쟁력을 소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리미엄 전기차용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저가 솔루션, ESS 전용 리튬인산철(LFP) 기반 제품 등을 선보였다. 또 리튬이온배터리(LIB) 한계를 넘어서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빠른 충전 기능을 갖춘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실물을 처음 전시했다.
삼성SDI도 ESS와 로봇 등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 기술로 각형·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새로운 명칭인 ‘프리즘스택’과 ‘솔리드스택’을 공개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가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용락 삼성SDI 연구소장은 “신산업에서 요구하는 배터리 기술과 성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프리즘스택은 전극을 정교하게 쌓아 내부 공간 활용률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높였다”고 강조했다.
SK온은 ‘3P-제로’ 전략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 안전성 강화 기술을 강조했다. 3P는 ‘예방(Prevent), 보호(Protect), 예측(Predict)’을 줄인 것으로 배터리 산업의 신뢰성을 높여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전시장 한쪽에는 SK온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 제네시스의 고성능 전기차 GV60 마그마도 자리했다.
현장에서는 초격차 기술력을 각각 내세웠지만 글로벌 점유율을 두고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배터리 산업은 한때 글로벌 시장에서 50%를 넘겼지만 지금은 중국에 밀려 17~18%까지 떨어진 상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전년 동기 대비 16.2% 감소했고 SK온과 삼성SDI도 각각 21.3%, 24.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체 국면이 길어지면서 실적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1조72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SK온도 93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일하게 지난해 1조34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4분기 기준으로는 12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24년 4분기 이후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북미 전기차 판매 감소와 보조금 정책 변화 등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수주가 줄어든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단기 실적은 어렵지만 ESS, 로봇, AI 인프라 등 신규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만큼 반등 모멘텀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 투자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올해 전고체 배터리 양산 라인 투자에 착수해 2027년 하반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초기 시장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용 분야는 로봇을 시작으로 고가 전기차와 도심항공교통(UAM), 우주 산업 등으로 순차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저장장치 시장 확대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늘면서 태양광과 ESS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질 수 있다”며 “리튬 가격 하락으로 ESS 설치 비용이 낮아진 점도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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