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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리고' 만든 넷플릭스, 자살 예방 캠페인엔 왜 뛰어들까 [엔터그알]

문구에 등장하는 '워너 톡 어바웃 잇'(Wanna Talk About It?)은 넷플릭스가 2020년부터 운영해온 사회적 이슈 대응... 워너 톡 어바웃 잇'(Wanna Talk About It?) 페이지(제공=넷플릭스)이 같은 흐름은 국내 정책 참여로까지 이어지고...

'기리고' 만든 넷플릭스, 자살 예방 캠페인엔 왜 뛰어들까 [엔터그알]

'기리고' 만든 넷플릭스, 자살 예방 캠페인엔 왜 뛰어들까 [엔터그알]

이해정

기자

2026-05-04 08:00:01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콘텐츠 안팎에서 생명존중 메시지를 입체적으로 설계하며 자살 예방 영역까지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작품 내 연출 장치, 별도 플랫폼 운영, 나아가 범정부 프로젝트 참여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단순한 콘텐츠 제공자를 넘어 '사회적 개입 주체'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4월24일 공개된 후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4위에 오른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1회 엔딩 크레디트에는 '본인이나 지인이 자해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워너 톡 어바웃 잇'에서 더 많은 정보와 지원책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다. 저주로 죽음을 예고 받은 고등학생들의 생존기를 담은 작품 성격상 잔인하거나 민감한 장면이 다수 포함된 만큼, 시청자가 심리적 고통을 덜 수 있는 경로를 자연스럽게 안내한 것이다.

문구에 등장하는 '워너 톡 어바웃 잇'(Wanna Talk About It?)은 넷플릭스가 2020년부터 운영해온 사회적 이슈 대응 플랫폼이다. 민감한 주제를 포함하는 영화 및 시리즈 콘텐츠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일종의 '안전 장치'로, 이용자들이 해당 주제에 보다 안전하고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와 가이드, 긴급 지원 연락처 등을 제공한다.

서비스는 한국어를 포함해 총 26개 언어로 운영하며, 전 세계 45개국 150여개 전문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인프라를 활용해 사회적 이슈 대응 체계를 구축한 셈. 특히 콘텐츠와 직접 연결된 형태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고, 이용자가 별도의 검색 없이도 자연스럽게 관련 정보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플랫폼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성폭력 및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학대, 정신 건강, 자해와 자살 등의 영역을 세분화하고, 영역별로 실질적인 대응 방법을 제시하는 게 핵심이다. '외로움' 항목에서는 누구나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 뒤, 친구와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등 실천 가능한 여러 방법을 제안한다. '정신 건강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고 이어가는 방법' 등의 자료는 물론,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원 기관 연락처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단순한 위로를 넘어 구체적인 행동 가이드를 제공한다는 점이 기존 캠페인형 메시지와의 차별점이다.

워너 톡 어바웃 잇'(Wanna Talk About It?) 페이지(제공=넷플릭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정책 참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국무조정실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가 추진하는 자살 예방 프로젝트 '천명지킴 발대식'에 참여했다. 2026년 한 해 동안 자살 사망자를 전년 대비 1000명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 아래, 사회 전반에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대규모 캠페인으로 추진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천명수호처'로 위촉돼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의 특성을 살린 자살 예방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콘텐츠와 이용자 접점을 활용한 메시지 확산, 지원센터 관련 정보 제공 등이 주요 역할로, 앞서 언급한 '기리고'의 안내 문구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계자는 "콘텐츠는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매개체인 만큼, 넷플릭스의 장점을 바탕으로 생명존중의 가치를 확산하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적절한 정보와 지원에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민감한 주제를 보다 안전하게 다루고, 도움이 필요한 이용자들이 적절한 정보와 지원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업계에서는 콘텐츠 소비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시청자 보호에 대한 인식도 높아진 가운데, 이처럼 글로벌 플랫폼이 선제적으로 체계적인 대응 구조를 갖춘 것은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 역시 넷플릭스의 참여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대중과의 접점이 넓은 만큼, 캠페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채널로 기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동시에 공공 영역이 민간 플랫폼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범적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다양한 지원 장치가 마련돼 있더라도, 자극적인 장면이 일부 시청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까지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러한 장치가 실제로 이용자의 심리 안정이나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실증적 검증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안내 문구와 플랫폼 연계가 실제 상담이나 지원 요청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대한 데이터 역시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의 행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그동안 콘텐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주로 메시지 차원에 머물렀다면, 이를 행동 유도와 지원 연결 단계까지 확장했다는 의미가 있다. 콘텐츠가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할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이러한 시도가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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