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마찰은 실행 어렵게 하고, 안개는 판단 불확실하게 해
이란의 저항과 전선 확대는 트럼프의 단기전 구상 좌절시켜
호르무즈 봉쇄와 역봉쇄는 군사적 마찰을 경제·정치로 확대
첨단 군사기술도 적 저항의지와 정치적 선택까진 예측 못해
전쟁의 마찰과 안개는 트럼프의 종전 선택권을 제약
클라우제비츠가 전쟁의 마찰과 안개를 강조한 것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트럼프가 예상한 전쟁과 실제 전쟁은 왜 달라졌는가
2026년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공격을 개시했다. 압도적인 공군력과 정밀타격으로 이란의 군사시설과 지휘체계를 파괴하면 저항능력을 약화시키고 전쟁을 조기에 끝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쟁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지속하고, 호르무즈해협의 해양거부 능력을 활용해 대응했다. 전쟁은 이란 본토에 대한 공중타격에서 해양통제와 봉쇄·역봉쇄의 대결로 확대됐으며, 국제유가와 미국의 생활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쟁론’의 저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가 강조한 ‘전쟁의 마찰(Friction)’과 ‘전쟁의 안개(Fog of War)’가 오늘날 호르무즈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 압도적인 군사력은 전쟁을 시작할 수 있게 하지만 전쟁의 전개와 결과까지 통제할 수 있게 하지는 않는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I. 클라우제비츠는 왜 전쟁의 마찰과 안개를 강조했는가
프로이센의 군사사상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군사력의 충돌뿐 아니라 정치적 목적과 인간의 의지, 우연과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으로 이해했다. 그는 전쟁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마찰(Friction)’과 ‘불확실성(Uncertainty)’을 강조했다.
‘전쟁의 마찰’은 계획상 간단한 군사행동도 실제 전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저항과 장애 때문에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적의 저항, 지휘·통신의 혼란, 병참 문제, 전투원의 피로와 손실, 기상과 지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클라우제비츠가 전쟁에서는 모든 것이 단순하지만 가장 단순한 일조차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한 이유다.
‘전쟁의 안개’는 불완전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적의 의도와 능력, 전장의 실제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상대방이 얼마나 오래 저항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할 것인지, 언제 협상에 나설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마찰과 전쟁의 안개는 서로 구별되지만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마찰은 계획한 행동의 실행을 어렵게 만들고, 전쟁의 안개는 어떤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불확실한 판단은 새로운 마찰을 초래하고, 예상하지 못한 마찰은 다시 불확실성을 확대한다.
현대전에서는 이러한 마찰이 군사영역을 넘어 경제와 외교, 국내정치로 확산된다. 호르무즈의 선박 공격은 국제유가와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미국의 물가와 국내 정치적 부담을 증가시킨다. 전장에서 발생한 군사적 마찰이 경제적·정치적 마찰로 전환되는 것이다.
첨단 군사기술은 전장의 가시성을 높였지만 상대방의 저항의지와 정치적 선택까지 예측할 수 있게 하지는 못했다. 결국 군사적 우위는 적을 타격할 능력을 제공하지만, 그 성과를 정치적 목표와 전쟁의 종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과 불확실성까지 제거하지는 못한다.
트럼프의 단기전 구상이 직면한 ‘전쟁의 마찰’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 트럼프의 단기전 구상은 어떤 마찰에 부딪혔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것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핵심 군사시설과 지휘체계를 파괴하고, 저항능력을 약화시켜 조기에 정치적 성과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것과 상대방의 전쟁수행 의지를 꺾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특히 이란의 잔존 전력과 외부 정보지원, 전쟁공간의 확대, 탄약 소모와 경제적 생존능력은 트럼프가 예상했던 단기전 구상을 제약하는 복합적인 마찰로 작용했다.
첫째, 이란의 잔존 전력과 저항능력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밀타격으로 이란의 군사시설과 지휘체계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이동식 발사대와 분산된 미사일·드론 전력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웠다. 이란은 미국과 정면으로 대결하기보다 잔존 공격능력을 활용해 비대칭적 저항을 지속했다. 군사적 피해가 곧 전쟁수행 의지의 상실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둘째, 중국과 러시아의 정보지원이 이란의 저항능력에 미친 영향이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비해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이 열세에 있지만, 외부에서 확보한 위성영상과 표적정보를 활용해 이러한 격차를 일부 보완할 수 있었다. 미국 언론과 정보기관 평가에서는 중국 측 위성영상이 이란의 미군기지 공격과 연관됐다는 정황과 러시아의 표적정보 지원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러한 외부 지원은 이란의 독자적인 정찰능력이 제한되더라도 미군기지와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만 개별 공격의 성공에 외부 정보지원이 얼마나 결정적으로 기여했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이란의 군사시설을 파괴하더라도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까지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셋째, 전쟁공간의 확대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과 주변국에 대한 위협으로 미국은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격하는 동시에 역내 미군기지와 병력, 동맹국의 주요 시설을 방어해야 했다. 여기에 후티와 사우디의 충돌까지 겹치면서 미국이 관리해야 할 전장은 이란 본토를 넘어 걸프와 홍해로 확대됐다. 전쟁공간이 확대될수록 미국은 공격작전뿐 아니라 동맹국 방어와 해상교통 보호에 더 많은 전력과 자원을 배분해야 했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우위가 유지되더라도 전쟁 전체에 대한 통제력은 오히려 제약받을 수 있는 것이다.
넷째, 공격과 방어 비용의 비대칭성과 탄약 소모다. 이란은 드론과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혼합해 공격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의 방공체계에 부담을 줬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2026년 8월까지 보도된 미군의 요격미사일 소모량은 패트리엇 약 1700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약 200발, 스탠더드 미사일 약 150발에 달했다. 의회예산국(CBO)은 일부 주요 요격미사일 재고의 약 50~67%가 소모됐으며, 생산을 확대하더라도 재고 복구에 최소 5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은 이란의 공격을 방어하면서도 상당한 탄약 소모와 보충능력의 제약에 직면한 것이다. 전술적 방어의 성공이 전략적 부담의 감소를 의미하지 않는 이유다.
다섯째,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와 경제적 생존능력이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제재에도 중국과의 원유거래 및 우회결제 구조를 통해 경제적 생존기반을 유지해 왔다. 중국은 할인된 이란산 원유를 구매했고, 이란은 원유대금을 활용한 물자조달과 우회거래를 통해 제재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제적 연결은 이란이 군사적 피해에도 저항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의 하나였다. 다만 미국의 해상봉쇄가 강화되면서 이란의 원유수출과 외화조달에는 새로운 제약이 발생했다. 결국 이란의 전쟁지속능력은 잔존 군사력뿐 아니라 외부 경제협력과 자금조달의 지속 여부에도 영향을 받게 됐다.
이러한 마찰은 트럼프의 최초 전쟁구상을 변화시켰다. 초기 공중타격을 통한 조기 종결 구상은 이란의 잔존 공격능력을 억제하고, 외부 정보지원과 경제적 생존기반에 대응하며, 동맹국 방어와 해상교통까지 보호해야 하는 복합적인 작전으로 확대됐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군사행동이 새로운 군사적·경제적 부담을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트럼프가 직면한 문제는 이란을 공격할 군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에도 이란의 저항과 전쟁공간의 확대를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고, 중국과 러시아의 외부 지원 가능성과 이란의 경제적 생존능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데 있다. 미국이 이란의 군사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란의 전쟁지속능력과 외부 지원기반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것이 트럼프의 단기전 구상이 부딪힌 복합적인 전쟁 마찰의 본질이다.
호르무즈의 봉쇄와 역봉쇄가 만들어 낸 새로운 마찰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I. 호르무즈의 봉쇄와 역봉쇄는 왜 새로운 마찰을 만들어냈는가
이란 전쟁의 중요한 변화는 군사적 충돌이 호르무즈해협의 해양통제와 해양거부 경쟁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이란은 ‘해양거부(Sea Denial)’ 능력으로 통항을 위협했고, 미국은 ‘해양통제(Sea Control)’와 해상봉쇄를 통해 항행안전 확보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대응은 군사적 마찰을 경제적·정치적 부담으로 확대시켰다.
첫째, 해양통제와 해양거부의 비대칭성이다. 미국이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려면 광범위한 해상감시와 호송, 방공 및 기뢰대응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반면 이란은 제한적인 미사일·드론 공격이나 기뢰 위협만으로도 통항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이 이란의 공격능력을 반복적으로 타격하더라도 민간 선박의 안전이 완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군사적 우위와 해상교통의 정상화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이유다.
둘째, 봉쇄와 역봉쇄의 경제적 파급효과다. 이란은 호르무즈의 통항 불안을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에 경제적 비용을 부과하려 했고, 미국은 이란의 해상활동과 원유수출을 제한하는 압박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결은 국제 원유시장과 해상운송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가 미국과 동맹국의 경제에도 부담으로 돌아오는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보다 크게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쟁 직전인 2월 27일 배럴당 67.02달러에서 3월 27일 99.64달러로 상승했고, 10월 16일에는 101.41달러를 기록했다. 전쟁 직전보다 약 51% 상승한 수준이다. 물론 이러한 가격변동에는 호르무즈의 통항위험뿐 아니라 국제 원유수급과 러시아 관련 공급 불안도 영향을 미쳤다.
셋째, 에너지 가격 상승의 국내정치적 파급이다.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쟁 직전 갤런당 약 2.98달러에서 10월 중순 약 4.33달러로 약 45% 상승했다. 15갤런을 주유할 때마다 약 20달러를 추가로 부담하는 셈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3.7%,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20.4%로 집계됐다. 전체 물가 상승을 이란 전쟁만의 결과로 볼 수는 없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은 미국 가계의 생활비 부담과 정치적 불만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처럼 호르무즈의 군사적 마찰은 해상교통의 불안을 거쳐 국제유가와 미국의 생활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는 이란의 해양거부 능력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국제항행질서와 에너지시장의 안정까지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결국 호르무즈의 봉쇄와 역봉쇄는 군함과 미사일의 수만으로 승패를 판단할 수 없는 경쟁이다. 이란은 제한된 공격능력으로 통항의 불확실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미국은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인 군사력과 경제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것이 호르무즈에서 발생한 새로운 마찰의 핵심이다.
첨단 군사기술도 전쟁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V. 첨단 군사기술은 왜 전쟁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하는가
현대전에서 인공위성과 드론, 인공지능(AI), 정밀유도무기와 실시간 정보·감시·정찰(ISR) 체계는 전장의 가시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미국은 이러한 기술적 우위로 이란의 군사시설과 미사일 발사대, 지휘통제체계를 탐지하고 정밀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적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과 적의 의도와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첫째, 군사적 피해와 저항능력에 대한 판단의 불확실성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밀타격으로 이란의 군사시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더라도 은폐된 시설과 잔존 전력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확인된 군사적 피해만으로 이란이 얼마나 오래 저항할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술적 정보의 정확성이 전략적 예측의 정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둘째, 상대방의 의도와 정치적 선택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첨단 감시체계는 군사시설과 병력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지만 이란 지도부가 어느 수준의 피해까지 감수할 것인지, 언제 공격을 중단하거나 협상에 나설 것인지는 알려주지 못한다. 군사적 압박이 정치적 양보를 유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저항의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셋째, 전쟁의 파급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호르무즈의 통항량이 회복되더라도 선박 공격의 위험이 남아 있다면 선사와 보험회사의 판단에 따라 해상교통이 다시 위축될 수 있다. 또한 이란의 공격이 주변국으로 확대될 경우 사우디와 걸프 국가들, 이스라엘과 유럽 동맹국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첨단 군사기술은 전장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을 발전시켰지만,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 것인지를 확실하게 예측하는 능력까지 제공하지는 못했다. 클라우제비츠가 강조한 전쟁의 안개는 정보의 부족뿐 아니라 상대방의 의지와 선택, 우연한 사건과 복합적인 상호작용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마찰과 안개는 왜 트럼프의 종전 선택권을 제약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V. 전쟁의 마찰과 안개는 왜 트럼프의 종전 선택권을 제약하는가
트럼프가 이란 전쟁에서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군사적 우위를 정치적 성과와 전쟁의 종결로 전환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수 있지만, 이란의 저항을 중단시키면서 호르무즈의 안전한 통항과 에너지 시장 안정, 동맹의 신뢰와 국내 정치적 지지까지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목표가 서로 충돌하면서 종전 선택권을 제약하고 있다.
첫째, 군사적 압박과 경제안정의 충돌이다.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과 경제제재를 강화하면 이란의 전쟁지속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지만, 추가적인 보복과 해상교통 불안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반대로 압박을 완화하면 긴장을 낮출 수 있으나 이란의 해양거부 능력과 재발 가능성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지가 문제로 남는다. 어느 쪽도 군사적 성과와 경제안정을 동시에 보장하지 못한다.
둘째, 에너지정책과 동맹전략의 충돌이다. 트럼프가 국제유가와 공급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제재를 조정한다면 단기적인 에너지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려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의 전략적 목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 전쟁에서 발생한 경제적 마찰을 줄이려는 선택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대서양 동맹관계에 새로운 외교적 마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셋째, 인명피해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내외 정치적 제약이다. 미군 전사자 발생은 전쟁의 인적 비용을 부각시켰고, 민간인 피해는 군사작전의 국제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확대시켰다. 특히 2월 28일 이란 미나브의 초등학교 공격으로 이란 당국 발표 기준 어린이와 교직원 168명 이상이 사망했다. 9월 17일 유엔 독립 진상조사단은 미군이 해당 공격을 감행했으며, 무차별 공격에 따른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의회의 승인 없는 군사행동을 둘러싼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의 60일 제한 논쟁과 휘발유·생활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트럼프의 전쟁수행에 대한 정치적·제도적 부담은 더욱 커졌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이러한 부담은 트럼프의 전쟁 지속과 종전 선택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넷째, 종전조건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미국이 이란의 군사시설을 추가로 파괴하고 해상봉쇄를 강화하더라도 그것이 곧 이란의 정치적 양보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이란 역시 군사적 피해와 경제적 압박을 감수하면서 호르무즈의 해양거부 능력을 협상수단으로 유지하려 할 수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과 이란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군사적 압박만으로 전쟁을 종결하기 어렵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했다. 따라서 전쟁의 종결은 적의 군사력을 파괴하는 것뿐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전쟁 이후의 질서를 안정시키는 문제다. 군사적 우위가 존재하더라도 이러한 정치적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종전의 시점과 조건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결국 트럼프는 전쟁을 시작할 시점과 최초의 군사작전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전쟁을 끝내는 시점과 조건까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전쟁의 마찰은 선택의 비용을 높이고, 전쟁의 안개는 선택의 결과를 불확실하게 만든다. 이것이 트럼프의 종전 선택권을 제약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에필로그. 군사적 우위는 왜 전쟁의 결과를 보장하지 못하는가
트럼프의 이란 전쟁은 압도적인 군사력이 반드시 전쟁의 통제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란의 군사시설을 파괴하고 해상활동을 제한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란의 저항의지와 호르무즈의 통항위험, 전쟁의 경제적·정치적 파급효과까지 통제하지는 못했다.
더욱이 중국과 러시아의 정보지원 가능성과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는 이란의 전쟁지속능력이 군사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군사적 우위와 전략적 통제력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클라우제비츠가 강조한 전쟁의 마찰과 안개는 2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마찰은 군사적 성과를 정치적 목표로 전환하는 과정을 어렵게 만들고, 안개는 상대방의 선택과 전쟁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트럼프는 전쟁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종전의 시점과 조건까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전쟁을 시작하는 능력과 전쟁을 끝내는 능력은 다르기 때문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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