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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사관학교 통폐합, 무엇을·누구를 위한 것인가?

최근 정부와 국방부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사관학교 개편안이 군 안팎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고]사관학교 통폐합, 무엇을·누구를 위한 것인가?

조병설 예비역 대령·수필가

최근 정부와 국방부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사관학교 개편안이 군 안팎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1·2학년 과정을 통합해 충남 자운대에서 교육하고, 3·4학년은 다시 각군 사관학교로 분산하되, 육사는 태릉 지역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합동성 강화와 지방균형발전, 교육 효율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가안보와 장교 양성이라는 본질적 관점에서 볼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정책으로 보인다.

​첫째, 이번 개편안은 합동성과 전문성의 우선순위를 뒤바꾸고 있다. 현대전은 육·해·공군의 합동작전이 승패를 좌우한다. 그러나 합동성은 각군의 전문성이 확립된 이후에 구현되는 가치이지, 전문성을 희생하면서 얻어지는 결과가 아니다. 육군은 지상전, 해군은 해양전, 공군은 항공우주전이라는 서로 다른 전장 환경에서 싸운다. 작전개념과 지휘체계, 조직문화와 전통 또한 다르다.

사관학교 4년은 단순한 대학생활이 아니다. 장차 각군을 이끌어 갈 사관생도들이 군인정신과 전문성, 소속감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강의실 수업뿐 아니라 내무생활, 군사훈련, 선후배 문화까지 포함된 전인적 교육체계 속에서 장교가 만들어진다.

군사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군인의 본질을 전문성에서 찾았다. 전문성이 없는 군대는 존재할 수 있어도 강한 군대는 될 수 없다. 육군 장교는 지상전 전문가로, 해군 장교는 해양전 전문가로, 공군 장교는 항공우주전 전문가로 성장해야 한다. 그것이 합동전력의 출발점이다.

세계 군사강국들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세계 최강의 합동전력을 보유한 미국조차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를 별도로 운영한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 합동작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국가들이 장교 양성 단계만큼은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합동성은 전문성 위에 세워지는 것이지, 전문성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이번 개편안은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자운대에 통합 교육시설을 새로 구축하는 비용과,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비용, 기존 3개 사관학교에서 4개 지역 사관학교를 운영하는 비용도 추가된다. 결국 기존 체제를 단순화하기보다 새로운 교육단계를 추가하는 형태가 되어 운영의 복잡성과 비용 부담을 오히려 키울 가능성이 크다.

국가 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최정예 군사교육기관을 해체하고 다시 재조립하는 데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국방예산은 병력과 무기체계, 장병 복지와 전력 증강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 장교 양성체계의 인위적 재편에 소모돼서는 안 된다.

​셋째, 우수 인재 확보와 교육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사관학교는 대한민국의 우수한 청년들이 장교의 길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국가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이다. 그런데 생도들이 학년별로 전국을 이동하며 교육받아야 하는 체계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결코 매력적인 교육환경으로 비치기 어려워 우수 인재 유치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더 큰 문제는 교육 역량의 분산이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교수진과 연구 기반, 교육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교육기관은 건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전통, 문화로 유지된다. 한번 무너진 교육체계를 복원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넷째, 태릉 화랑대가 지닌 역사성과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화랑대 교정은 단순한 학교 부지가 아니다.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강릉의 영향권에 위치한 곳이며, 국군의 뿌리인 국방경비대가 창설된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6·25전쟁 당시 육사 생도 1·2기 539명이 북한군에 맞서 싸우다 절반 가까이가 전사한 호국의 현장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군의 성장 과정과 함께해 온 상징적 공간이며, 수많은 장교가 국가수호의 사명을 가슴에 새긴 장소다.

국가는 경제적 가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역사와 전통, 정신적 자산 또한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수십 년간 축적된 군의 역사와 정체성을 부동산 개발 논리나 행정적 효율성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다섯째,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역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관생도들은 일반 대학생과 달리 대부분 영내 생활을 한다. 수백 명 규모의 생도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군사교육기관 이전에 따라 각종 규제와 행정적 제약이 발생해 지역개발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지방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에는 기대효과가 지나치게 미미하다.

지역 발전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장교 양성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접근일 수 있다. 국가안보 정책은 어디까지나 안보의 관점에서 판단돼야 한다.

​미래 전장에 대비한 사관학교 교육 개혁은 필요하다. 인공지능(AI) 드론, 사이버전, 우주전, 다영역 작전의 시대에 장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합동성 강화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전문성 약화와 교육 혼란,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할 우려가 크며, 수십 년간 축적된 군의 전통과 역사적 자산마저 훼손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와 같이 문제가 많은 사관학교 통폐합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정부와 국방부는 장교 양성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이번 개편 추진을 중단하고, 대한민국 안보를 지탱해 온 전문성과 전통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글 조병설 예비역 대령·수필가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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