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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기고]동북아역사재단 통폐합? 시대착오적 발상이 웬 말

강력한 군사력으로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통일한 세계 최초의 제국 아시리아는, 정복지의 문화나 언어·종교·정치체제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통치에 활용했다. 이와 같은 이(異)문화 정보 집적에 의한 제국의 통치 수법은 이후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나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에도 계승됐다.

[기고]동북아역사재단 통폐합? 시대착오적 발상이 웬 말

강력한 군사력으로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통일한 세계 최초의 제국 아시리아는, 정복지의 문화나 언어·종교·정치체제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통치에 활용했다. 이와 같은 이(異)문화 정보 집적에 의한 제국의 통치 수법은 이후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나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에도 계승됐다.

자연과학과 인문학 분야를 총괄하는 러시아의 국책 연구기관 과학아카데미는 중국의 사회과학원 조직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일본 교토대학의 인문과학연구소와 도쿄대학의 동양문화연구소 역시 중국 청조 말기에 일어난 의화단사건의 배상금으로 일본 정부가 중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침탈을 본격화하기 위해 세운 국책 연구기관이다. 세계적 수준의 동양학 아카이브를 구축한 일본의 이들 연구소는 유라시아 여러 지역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토대가 됐을 뿐만 아니라,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 일본의 대외 문화교류의 방향 설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소재의 국립역사보물박물관은 흑해 연안의 스키타이계 황금유물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 일본의 나라국립문화재연구소가 전화에 휩싸인 우크라이나 국립박물관 관련자들을 초청해 전시 유물 소개 방법을 전수하고 관련 기자재를 기증하는 등의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 역시, 일본의 유라시아학 전통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진국형 문화정책의 한 사례에 해당한다.

그런데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바라보며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의 사정은 어떠한가?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유라시아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 정치체제 등을 연구할 수 있는 국책 연구기관은 고사하고 이에 관한 변변한 아카이브조차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여전히 국제 문제를 해결하는 임기응변의 능력을 높이 살 따름이지 상대를 철저히 연구하고 분석해 미래지향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나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우리도 중진국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상대를 이해하고 연구해 이를 국정에 구체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국책 연구기관의 설립과 아카이브의 구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전문가 양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전개되고 있는 국책 연구기관 통폐합 논리는 한국의 유라시아학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이와 관련된 동아시아 전문 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은 통폐합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이번 기회에 연구 범위를 유라시아 전역으로 확대하고 본격적인 아카이브 구축과 연구 인력 확충에 나서야 한다.

지피지기라는 말을 되새겨볼 때다. K컬처의 지속적인 발전과 확산을 위해서는 상대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프로젝트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역시 우리 사회의 편향된 세계관과 타문화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병훈 전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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