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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 품질을 증명하는 데이터, 농산물 유통의 새 기준

양파 한 망, 사과 몇 알을 장바구니에 담는 일은 얼핏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는 짧은 순간, 적지 않은 것을 따진다. 맛이 좋을지, 신선도는 괜찮을지, 속이 상하지는 않았는지, 믿고 먹어도 되는지를 꼼꼼히 살핀다.

[기고] 품질을 증명하는 데이터, 농산물 유통의 새 기준

양파 한 망, 사과 몇 알을 장바구니에 담는 일은 얼핏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는 짧은 순간, 적지 않은 것을 따진다. 맛이 좋을지, 신선도는 괜찮을지, 속이 상하지는 않았는지, 믿고 먹어도 되는지를 꼼꼼히 살핀다.

과거 농산물 시장의 품질 기준은 크기와 빛깔 같은 겉모양에 크게 좌우됐다. 그러나 과일을 고르는 기준이 맛과 품질로 옮겨간 지금, 소비자는 ‘보기 좋은 떡’보다 본연의 가치인 ‘먹기 좋은 떡’을 찾는다. 농업계가 외관 위주의 정형화된 등급제를 넘어 내부 품질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대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하지만 현장의 수확 후 관리는 여전히 숙련자의 주관적인 ‘감(感)’이나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기상으로 해마다 저장성이 요동치고 온라인 도매 거래와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경험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자동화 선별기와 스마트 저장고를 갖추더라도, 농산물 상태를 판정하고 출하 시점을 결정할 표준 기준 데이터가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연구실과 산지에 흩어져 있던 실측 데이터를 통합해 디지털 기반의 ‘농산물 수확 후 품질 정보화 및 국가 품질표준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 출발점으로 사과, 참외, 양파 3개 품목의 생산이력부터 저장·유통까지 전주기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품질 표준체계, 맛 기반 등급개선 등을 탑재한 ‘수확 후 품질백서’를 마련했다.

품질 정보화가 이뤄지면 특히 세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 변화가 기대된다. 첫째, 내부 품질의 데이터화와 측정 표준 확립이다. 품질백서는 단맛과 신맛의 조화를 수치화한 ‘당산비’처럼 소비자가 체감하는 지표를 정량화했다. 당도·산도·경도·색도 등 항목별 측정 부위와 방법, 장비 간 단위를 통일했고, 참외의 경우, 열매가 열리는 순서에 따라 껍질색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색상 기준으로 품질을 판별하는 새로운 측정 표준지표를 개발했다. 사과는 붉은 겉면 대신 초록빛이나 노란빛 바탕색을 분석해 맛을 비파괴 방식으로 판별하는 현장 보급형 인공지능(AI) 선별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둘째, 전주기 품질 시각화를 통한 과학적 저장 관리다. 품질백서에는 토양·기상 등 재배환경과 수확 직후 품질은 물론, 저온·엠에이(MA)·시에이(CA)·원-엠시피(1-MCP) 처리 등 저장기술별 온·습도 환경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를 통해 저장 기간에 따른 중량 감소와 품질 변화 추이를 한눈에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농산물의 양뿐 아니라, 상태까지 함께 관리하는 과학적 저장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세 번째는 품질 예측 기반의 적기 출하와 수급 안정이다. 백서에 쌓인 데이터를 활용하면 품질 저하 시점과 저장 한계를 예측해 최적의 출하 시기를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과는 중량 감소 한계치 도달 시점을, 참외는 저온장해를 피할 수 있는 적정 저장온도를, 양파는 예비 건조(큐어링) 유무와 균일화 정도 등에 따른 부패율 저감 효과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유통 손실을 줄이고, 시장 수요에 맞춰 출하 물량과 시점을 조절함으로써 가격 급등락에 대응하는 수급 안정의 기반이 된다.

미래 농업의 경쟁력은 데이터로 증명하는 맛과 신뢰에 있다. 농진청은 올해 산지유통센터에서 실증을 거쳐 2027년 품질백서를 11개 품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우리 농산물 유통의 든든한 기준선이 될 것이다. 생산자의 사계절 땀방울이 제값을 받고, 소비자가 우리 농산물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도록 현장에 꼭 필요한 국가 품질표준 데이터를 부단히 축적해 나가겠다.

김대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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