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 해 농사의 결실을 앞두고 농촌이 가장 분주해지는 시기다.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논과 밭, 여문 작물을 보며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을 기대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날씨에 대한 걱정이 자리한다. 자연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농업은 씨를 뿌리고 작물을 키워 수확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날씨가 깊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정성을 다해 작물을 돌보더라도 지속되는 폭염과 갑작스러운 집중호우, 가뭄과 서리 같은 기상현상은 수많은 땀방울의 결실을 한순간에 앗아갈 수 있다. 농민들에게 날씨가 단순한 일상의 정보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비료이자 영농 도구’인 이유다.
이미선 기상청장
최근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농업 현장에서 날씨를 활용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농민들의 오랜 경험과 계절의 흐름을 토대로 농사일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기상정보를 확인해 작업 시기와 방법을 조정하는 것이 안정적인 영농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 되고 있다. 파종과 정식, 병해충 발생 가능성, 관수와 방제, 수확 일정 등 농업의 많은 부분에 기온과 강수량, 습도, 바람 등 다양한 기상요소가 활용된다. 결국 기상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적절하게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위험기상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느냐가 농작물 피해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기상청은 농업 현장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기상기후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상가뭄정보와 서리예측정보이다. 먼저 ‘날씨누리’ 누리집에서 제공되는 기상가뭄정보는 누적 강수량과 평년값, 댐·저수지 저수율 등을 토대로 지역별 가뭄 정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활용해 관개시설을 미리 점검하고 농업용수 관리계획을 세우는 등 가뭄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다음은 서리예측정보로, 봄철 늦서리와 가을철 첫서리는 농작물의 생육단계와 맞물리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발생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상청은 기상기후빅데이터분석플랫폼 ‘날씨마루’ 누리집을 통해 기온과 습도, 바람 등 기상조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서리 발생 확률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농업 현장에서는 이를 활용해 방상팬 가동, 미세살수, 피복 등 보호조치를 사전에 취함으로써 서리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유용한 정보라도 실제 농업 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이에 기상청은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농업인들도 기상정보를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농업 관련기관과 협력해 찾아가는 현장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기상청의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자신의 논밭에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아 영농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으며, 폭염이 지속되거나 호우가 예상될 때는 야외 작업시간을 조정해야 함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농업에는 좋은 종자도 필요하고, 튼튼한 농기계와 앞선 재배 기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날씨의 변화를 제때 알지 못한다면, 좋은 종자와 기술이 있더라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랜 시간 축적된 농업인의 경험에 과학적인 기상기후 데이터가 더해질 때, 농업은 기후위기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농업 현장에서 날씨의 위험에 한발 앞서 대비하고 풍요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기상청은 앞으로도 현장에 필요한 기상기후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며 스마트 영농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기상기후 파트너’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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