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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 반도체·AI 메가프로젝트의 성패 ‘실행력·물·전기’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 청사진으로 내건 반도체, 피지컬인공지능(AI),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

[기고] 반도체·AI 메가프로젝트의 성패 ‘실행력·물·전기’

반도체산업 젖줄 물·전력… 비전보다 중요

서남권 산단 하루 65만㎥ 용수 확보 ‘과제’

K-water 사장 2차 공모… 물 전문가 절실

박노석 경상대 토목공학과 교수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 청사진으로 내건 반도체, 피지컬인공지능(AI),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 글로벌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는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비전이나 예산 배정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결국 ‘누가, 어떻게, 얼마나 빨리 현장에서 실행하느냐’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물과 전기를 쉼 없이 소비하는 대표적인 자원 집약 산업이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글로벌 톱티어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더라도, 공장을 가동할 핵심 용수와 전력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모든 계획은 모래성으로 전락하고 만다. 반도체 웨이퍼 세정에 쓰이는 ‘초순수’를 비롯해 각종 공정 전반에 걸쳐 막대한 물이 필요하며, 수율·품질 유지를 위해 안정적인 인프라 공급이 필수적이다. 단적인 예로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가 극심한 가뭄으로 급수차까지 동원하며 공장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던 아찔한 상황을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최근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 이어 광주·전남을 아우르는 서남권이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떠오르면서 ‘물 확보 전쟁’이 본격화되었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에 하루 65만㎥ 규모의 공업용수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동복댐에서 30만㎥(기존 여유량 5만㎥·댐 증고 25만㎥), 주암댐과 장흥댐에서 15만㎥, 보성강댐과 나주댐에서 각각 10만㎥를 확보해 총 65만㎥를 맞추고, 여기에 광주 제1하수처리장의 하수재이용수를 역삼투막 등 고도처리해 하루 30만㎥를 추가로 활용하겠다는 다각적이고 복잡한 구상이다.

그러나 도상에 그려진 숫자와 실제 현장에 물을 공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지난한 과제다. 당장 핵심 수원인 동복댐 증고만 하더라도 수몰 가능성과 하류 지역 안전, 주민의 재산권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댐 건설과 도수관로 매설,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그리고 얽히고설킨 지자체 및 기존 용수 이용자 간의 갈등 조정 등 산적한 과제를 단기간에 돌파해야만 한다. 반도체 공급망 구축은 치열한 촌각의 속도전이다. 하루라도 인프라 구축이 지체되면 기업의 투자 시계가 멈추고, 이는 고스란히 국가 경쟁력의 뼈아픈 타격으로 이어진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국가 물 인프라의 핵심 실행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지난 6월 1차 사장 공모는 학계와 물 분야 등 수많은 전문가의 지원과 임원추천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에도 불구하고 최종 임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9월 2차 공모 절차가 시작되었고, 30여 명의 지원자 중 다수의 정치권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K-water에 필요한 수장은 단순한 조직 관리형 CEO나 정치적 네트워크에 기대는 인물이 아니다. 용인부터 서남권까지 수조원대 국책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중앙부처와 지자체, 기업과 지역 주민 사이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직접 부딪치며 풀어낼 수 있는 ‘탁월한 실무형 문제 해결사’여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 빈번해지는 극한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고 댐 고도화, 하수재이용, 광역상수도망 구축 등 복잡다단한 물 안보 현안을 꿰뚫어 보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수적이다. 만약 지방선거 이후의 낙선자나 불출마자를 챙기기 위한 ‘낙하산 보은 인사’가 단행된다면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장 경험과 물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결여된 비전문가 리더십으로는 65만㎥라는 막대한 용수 공급 과제를 결코 적기에 완수할 수 없다.

정부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속도’를 그토록 강조하면서 정작 실행기관의 CEO 인선을 머뭇거리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K-water 사장 인선은 철저히 실리적이고 전문적인 기준에 입각해 가장 투명하고 신속하게 마무리되어야 한다. 글로벌 산업 전쟁에서 시간은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실무형 물 전문가 리더십이 흔들림 없이 바로 서야 멈춤 없이 물길이 열리고, 그 물길이 제때 열려야만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도 힘차게 가동될 수 있다.

/박노석 경상대 토목공학과 교수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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