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서 (주)세종엔지니어링 대표
매일일보
|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국가산업전략의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360조원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122조원 계획을 넘어 대폭 확대하는 모양새다. 용인시는 이를 600조원 규모로 설명하며, 용인반도체 투자가 1000조 원에 육박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물이다. 반도체는 전기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초순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전략도 멈출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와 공공기관은 용인반도체메가클러스터에 대해 통합용수공급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제시된 계획에 따르면 예상 필요용수는 하루 107만2000㎥에 이르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대체수원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토지공개념은 토지가 사유재산이지만 공공성을 가진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제때 작동하지 못한 결과, 부동산은 신화가 됐고 양극화는 구조화됐다.
물은 토지보다 더 근본적이다. 토지는 소유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물은 빌릴 수도 돌려줄 수도 없다. 마시면 사라지고, 쓰면 오염된다.
헌법학자 강일신 교수는 수자원의 법적 성격에 관한 고찰(2012)에서 “수자원은 공공재산으로서 국민 모두의 재산이고, 국민들이 그 ‘관리권’을 국가에 신탁했다”고 서술한다. 즉, 국가는 물의 주인이 아니라 수탁자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배분을 중개해야 한다.
물관리기본법은 물을 공공수자원으로 보고, 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다. 반도체산업이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과, 물이 공공의 자원이라는 원칙은 서로 충돌하는 명제가 아니다.
산업용수 확보가 필요할수록 공공원칙과 배분기준 역시 중요하다. 생활용수가 산업용수에 우선한다는 법적 근거를 충분히 보완해야 한다. 물공개념이 제도 안에 자리잡으려면, 이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안성 고삼저수지를 둘러싼 반발은 그 현실을 잘 보여준다. 농업용수로 사용되었던 고삼저수지 인근 농민과 주민들의 걱정은 심각하다.
안성시의회에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 발생하는 오·폐수 가운데 하루 36만t이 고삼저수지 상류로 유입될 계획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저수지가 연간 60억원 규모의 친환경 농산물 공급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물을 마시고 농사를 짓고 식탁을 책임지는 주민들에겐 생존의 문제이다.
산업용수 확보는 필요하다. 그러나 물의 공공성과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는 배분 원칙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용인으로 향하는 관로는 단지 산업용수가 흐르는 길이 아니다. 그 안에는 국가경쟁력도 흐르고, 지역의 걱정도 함께 흐른다.
지금이야말로 물공개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장의 과정에서 물의 공공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최홍서 ㈜세종엔지니어링 대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