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봄이 일찍 찾아올수록 과수 재배농가의 불안은 커진다. 기온이 빠르게 올라 개화가 앞당겨진 뒤 꽃샘추위가 닥치면 한 해 수확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수 봄철 저온 피해 면적은 2018년 3만3819ha에서 2023년 3만7846ha로 10% 넘게 증가했다. 2023년에는 이상 저온으로 인해 사과와 배 생산량이 각각 전년 대비 20%, 31% 감소했다. 이 여파로 가격이 2배가량 급등하는, 이른바 ‘금사과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는 과수 저온 피해가 농가를 넘어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화기 저온은 더 이상 단순한 기상 위험이 아니라, 국가 과수 생산성과 식량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저온 피해 최소화를 위해 예측-경보-신속 대응-피해 저감으로 이어지는 통합 대응체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이상기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과수생육품질관리시스템과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기상 데이터와 공간정보를 결합한 공간정보 인공지능(GeoAI) 기반 저온 피해 예측 시스템으로 과수원별 피해 발생 가능성을 미리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사후 대응에 머물렀던 체계를 사전 예방 중심으로 바꾸는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현장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은 물리적 저감 기술이다. 미세 살수법은 물이 얼면서 방출하는 열을 이용해 식물 조직의 온도를 0℃ 부근으로 유지함으로써, 영하 5℃ 이하의 저온에서도 꽃 조직을 보호할 수 있다. 또한 방상팬은 약 10~15m 상공의 따뜻한 공기를 과수원으로 끌어내려, 온도를 1~3℃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미세 살수와 방상팬 같은 방상 시설은 효과가 검증됐음에도 보급률이 2023년 기준 1.1% 수준에 불과하며, 설치비가 1ha당 1000만~2400만원으로 농가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기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농가가 즉시 활용 가능한 저비용·고효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연구개발 중인 동결보호제는 셀룰로오스 나노섬유(CNF)와 알긴산나트륨(AG)을 혼합한 소재다. 이 소재는 꽃눈 표면에 얇은 보호막을 형성해 저온 공기와의 직접 접촉을 완화함으로써 피해를 줄이는, 일종의 ‘코팅형 단열 기술’이다. 연구진은 인위적으로 기온을 영하 6℃까지 낮춘 뒤 동결보호제의 효과를 실험했다. 그 결과,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복숭아꽃은 영하 4.1℃에서 피해가 나타났지만, 동결보호제를 처리한 꽃은 영하 5.1℃까지 견디는 것을 확인했다. 현장 실증에서도 배 ‘신고’의 저온 피해율은 17%, 사과 ‘후지’의 중심화 피해는 21%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현재 전국 25개 과수 주산지에서 현장 적용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다양한 재배 환경에서의 효과를 자세히 검증·보완해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현장 적용성과 과학적 근거를 동시에 확보하는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 시대에도 과수 생산이 흔들리지 않도록 대응체계를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과수 저온 피해 대응은 물리적 방상, 에너지 기반 가온, 신소재 활용, 디지털 예측이 결합된 복합 대응 시스템 구축으로 발전해야 한다. 농업인이 안심하고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확산에 더 매진하고자 한다.
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한국농어민신문
기자 프로필 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