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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급진 우파가 키우는 '전라도 혐오'···"찌질한 행위라는 규범 필요하다"

17일 오전 전남대 사회과학대학 별관에서 ‘호남에 대한 혐오와 차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시민정치 토큰콘서트에서 조귀동 작가가 강연을 진행 중이다.

조귀동 작가, 호남 혐오·차별 대응 위한 공론장서 제안

급진 우파 포퓰리즘의 핵심 요소로 편입되며 변화 양상

처벌 위주 규제 한계…은어·밈 형태 로‘처벌망’ 무력화

찌질한 행위 프레이밍·도덕적 리더십·열린공동체 관건

17일 오전 전남대 사회과학대학 별관에서 ‘호남에 대한 혐오와 차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시민정치 토큰콘서트에서 조귀동 작가가 강연을 진행 중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일상 공간까지 파고든 ‘전라도(호남) 혐오’는 1960~70년대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이촌향도(移村向都)’에서 비롯된 차별이 급진 우파 세력의 정치 선동과 결합해 변질된 사회병리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끊어내려면 전라도 혐오에 대한 세밀한 사회적 규범을 만드는 한편, 이 같은 혐오 표현을 이른바 ‘찌질하고 부끄러운 짓’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호남 (차별) 문제의 본질을 다룬 책 ‘전라디언의 굴레’를 쓴 조귀동 작가는 호남 혐오와 차별 행태가 단순한 지역감정을 넘어 ‘인종차별’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는 기저에는 과거의 ‘대(大) 이주 역사’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17일 전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별관에서 ‘호남에 대한 혐오와 차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민주주의와 공동체연구소가 연 시민정치 토크콘서트에서다.

◆대(大) 이주로 만들어진 차별…급진 우파 포퓰리즘과 결합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조 작가는 이날 강연에서 산업화 당시 수많은 호남인이 생계를 위해 수도권 변두리로 대거 이주·정착했고, 도시의 하층 노동자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 됐다고 했다. 그러다 현재에 이르러 이른바 ‘급진 우파 포퓰리즘’과 결합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혐오 코드로 확산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급진 우파 포퓰리즘은 ‘순수한 대중’과 ‘부패한 엘리트’를 대립시키는 포퓰리즘의 방식에, 강력한 민족주의와 반이민 정서 등 우파적 가치를 결합한 정치 이념·운동이다.

조 작가는 무등일보가 뉴스포털 네이버 댓글을 통해 분석한 ‘전라도 혐오’ 관련 빅데이터 분석을 인용, “2021년 정도까지만 하더라도 인터넷상 호남 혐오는 ‘홍어’, ‘라도’, ‘통수’ 등 비하성 밈 수준에 머물렀으나, 2026년에 이르러서는 ‘5·18’, ‘유공자’, ‘성역화’ 등이 정면에 부상했다”며 “디시인사이드 등에서 생산된 밈이 급진 우파의 정치적 동원 기제와 문화 코드로 빠르게 이식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론장에서 비주류인 급진 우파 세력이 호남을 민주당이라는 부패한 엘리트 기득권이 지배하는 곳이자 ‘체제를 위협하는 타자(본질적으로 나와 다른 독립된 존재)’로 규정, 반공·반북·혐중 서사와 결합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호남을 다른 국가, 다른 체제, 다른 인종이 사는 ‘타자’로 규정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더 급진적인 형태 내지는 증오 담론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는 1920년대 독일에서 반유대주의가 단순한 편견에서 시작해 공산주의 혁명과 패전의 책임을 유대인에게 묻는 ‘등 뒤의 칼’ 서사로 변질되며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으로 이어진 과정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년 7월~2026년 7월)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폭언과 폭력을 행사해 처벌받은 사례가 80건에 달했다. 경상도(17건)와 충청도(3건) 등 타지역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다. 전라도 지역혐오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증오 범죄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귀동 작가가 17일 전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별관에서 ‘호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주제로 한 강연을 진행한 가운데 급진 우파 포퓰리즘의 무기가 된 전라도 혐오 코드를 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법적 규제 한계…혐오 코드 깰 ‘프레임 전환’ 필요

그렇다면 이 같은 전라도 혐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핵심은 혐오 서사 구조를 무력화하는 문화적·사회적 프레임 전환에 있다는 게 조 작가의 제안이다. 그는 처벌 위주의 법적 규제만으로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은어와 밈에 익숙한 혐오 발화자들은 모욕죄나 명예훼손 등 법적 처벌 망을 쉽게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안과 맥락에 따른 혐오, 증오 발언의 규정과 처리 방식에 대한 규정이 먼저 정립돼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혐오 코드가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사회적 규범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만들어내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배제고의 지역 비하 논란 때도 코치가 우선적으로 제재하지 않은 것도 우리 사회에 마련된 규범이 존재하지 않아서라는 설명이다.

또다른 핵심은 혐오 코드를 깨는 것이다. 조 작가는 “결국 핵심은 호남 혐오 코드에 대한 동조자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며 “이른바 호남 혐오 행태가 찌질한 행위로 보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혐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으로 대단히 미성숙하고 ‘찌질한 짓’이라는 사회적 규범과 금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호남 지역사회가 스스로 도덕적·지적 리더십을 확보해 긍정적인 가치와 이미지를 창출해 상대의 혐오 서사를 무력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과거 5·18 민주화운동이 독재에 맞선 이상적인 ‘절대 공동체’ 모델이 만들어졌다면, 그 모델이 상당히 희석된 현재 한국 사회 전체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바람직한 공동체 모델과 거버넌스를 갖춤으로써 호남에 대한 혐오 코드나 부정적 인식을 벗겨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열린사회로의 전환과 다원성 확보하고, 실질적 민주주의와 도덕적 리더십이 발현될 때 호남을 ‘부패한 기득권’으로 묶으려는 급진 우파 포퓰리즘의 프레임은 힘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조 작가는 “혐오 표현에 위축되거나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우리가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공동체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혐오를 일삼는 이들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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