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과 2금융권에서 잇따라 발생한 해킹 사고에 동일 공격자가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출처=연합]
최근 은행과 2금융권에서 잇따라 발생한 해킹 사고에 동일 공격자가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금융당국은 공격자가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해 여러 금융사를 대상으로 공격을 자동화했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전 금융권에 긴급 보안 점검을 지시했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BNK부산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 금융사의 침해사고를 분석한 결과 여러 사고에서 동일 공격자의 인터넷주소(IP)가 확인됐다. 공격자는 IP를 지속적으로 바꾸면서 금융회사들을 연이어 공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특히 공격자가 AI 도구를 이용해 다수 금융사를 상대로 대량·자동화된 공격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공격자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영국 등 여러 국가의 IP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신한은행 사고에서는 직원과 대출모집인이 사용하는 부가시스템에서 정보가 유출됐다. 다만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고객 대상 서비스에는 영향이 없었으며 금전적 피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현재까지 확인된 침해사고를 공격 대상과 취약점에 따라 3개 유형으로 나눠 금융회사들이 집중 점검하도록 했다.
첫 번째는 정보조회 서비스다. 본인 인증 없이 대출 신청 내역이나 기업 대표자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잘못 구축된 사례가 확인됐다. 금융회사들은 인증 절차가 빠진 서비스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오류를 수정하거나 해당 서비스를 차단해야 한다.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에서도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 PB와 RM 등 직원들이 사용하는 시스템 가운데 모바일 단말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별도 권한 없이 접근 가능한 웹 취약점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정보가 탈취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금융회사들은 사전에 등록된 단말기에서만 접속할 수 있도록 통제를 강화하고 취약한 웹서비스는 즉시 개선해야 한다.
홈페이지를 통한 공격도 있었다. 해커가 이미 알려진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악성코드를 심은 뒤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을 빼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알려진 취약점을 신속히 보완하거나 필요한 경우 해당 서비스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보안 통제를 강화하도록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고가 다른 금융사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금융권 약 500개사에 공격 IP와 보안 유의사항을 전달했다. 은행과 카드사는 6일까지, 증권·보험·저축은행·전자금융업자 등은 8일까지 긴급 점검을 완료해야 한다.
점검에는 공격 IP 차단과 피해 조사 여부, 외부에 노출된 정보기술(IT) 자산 및 서비스 식별, 보안 강화 조치 여부 등 12개 항목이 포함됐다. 금융회사는 체크리스트를 기준으로 자체 점검한 뒤 미흡한 부분이 확인되면 즉시 보완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침해사고가 발생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도 진행할 예정이다. 검사 과정에서 확인된 취약 요인과 개선 사례를 금융권 전체에 공유해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해킹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이날까지 총 세 차례 긴급상황 대응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전 금융권 협회장과 침해사고가 발생한 금융회사 임원들이 참석해 추가 피해 차단과 보안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전체가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최고 수준의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며 철저한 보안 점검과 소비자 보호 조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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