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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인공지능(AI) 활용이 단순 질의응답이나 개념증명(PoC) 단계를 벗어나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물을 내놓는 'AI 에이전트' 체제로 고도화되고 있다. 일선 영업점과 본점의 핵심 실무에 AI가 직접 투입되면서 직원의 업무가 분해되고 외부 정보기술(IT) 용역 생태계까지 흔들리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전 영업점 AI 시스템 도입을 통해 현장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10초 심사 혁신 이면엔 '환각 검증' 과제
영업점 현장 업무의 분해는 이미 가시화됐다. 하나은행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기반 기업 신용평가 심사의견 생성 시스템을 전 영업점에 도입했다. 직원이 외부 감사 대상 기업뿐 아니라 비외감 기업의 재무제표와 산업 동향 등을 분석해 서술형 의견을 작성하는 데 평균 30분 이상 소요됐으나 도입 이후 10초 만에 심사 초안이 나온다.
초안 작성의 효율화는 이뤄졌으나 생성형 AI 고유의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이나 부적격 판단 리스크는 과제로 남아있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AI가 1차 초안을 도출하더라도 최종 승인 및 팩트 검증에 대한 법적·실무적 책임은 여전히 행원에게 귀속되는 보조적 협업 형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정 업무 영역에서의 효율화가 입증되자 은행권의 AI 도입은 전사적 인프라 확충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삼성SDS를 'AX(AI 전환)를 위한 AI 에이전트 구축'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달 사업에 착수해 기업여신, 자산관리, 내부통제, 고객상담 등 5대 과제 영역 29개 업무에 총 175개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우리은행의 AI 에이전트 1차 결과물 90여 개는 올해 12월 첫선을 보이고 2027년 8월까지 전사 확대 구축이 완료될 예정이다.
IT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AX 사업 규모가 884억원에 달하고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클러스터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도 전선에 합류했다. 신한은행은 주요 영업점 209개에 자산관리 AI 에이전트를 우선 투입했고 올해 말까지 마케팅과 내부통제를 아우르는 170여개 투입을 목표로 삼았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7월 LG CNS와 지식 정보 검색, 문서 요약을 지원하는 생성형 AI 플랫폼을 현장에 투입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 기업 자금관리 플랫폼에 대화형 에이전트를 적용 중이다.
토스뱅크도 지난해 12월 복잡한 금융상품 절차와 내부 정책을 분석해 안내하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상담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2700만 고객 앱 데이터 기반의 'AI 네이티브 은행' 전환을 선언했다. 다만 아직은 장기적인 전략 구상 단계라는 평가다.
편집=홍인택 기자
IT 하청 단가 인하와 인력 구조 재편
내부 핵심 업무를 파고든 AI는 금융 IT 생태계의 외부 하청 구조에 타격을 줬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총 2704억원 규모의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사업 제안요청서(RFP)에 사업비 변경(감액) 조항을 명시했다. 과거 코볼(COBOL) 언어를 자바(Java)로 변환하는 'C2J' 과정에 AI 기술을 적용해 업무 개발 인력 투입이 감소하면 그 공수 감소분에 대해 계약 금액을 깎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규모 IT 아웃소싱 사업에서 AI 활용에 따른 효율화를 인건비 감액 근거로 공식화한 첫 사례였기에 시스템통합(SI) 업체의 반발 동향도 감지된다.
외부 용역 단가 산정 방식의 변화가 곧바로 은행 내부 직원 감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부 채용 지형은 오히려 테크 인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정규직 수시채용에서 '생성형 AI 모델링 및 기술연구' 분야 전문 인력을 특정해 선발했다.
홍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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