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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금수저 사다리 vs 조기 경제교육"…주니어ISA '명암'

부모 계좌가 빅테크 개별 종목 중심이라면, 미성년자 계좌는 ETF를 통한 분산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장기·교육형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해외 사례도 다양하다. 영국의 주니어 ISA(JISA)는 만 17세...

"금수저 사다리 vs 조기 경제교육"…주니어ISA '명암'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유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조채원 기자] 아이 명의로 만든 주식 계좌를 두고 정치권과 시장이 동시에 들끓고 있다. 일찍부터 투자 감각을 길러야 한다는 법안 취지와 달리, 편법 증여 통로란 비판도 제기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대구 서구)은 지난달 27일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위한 ‘주니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연 360만원 한도로 납입하는 경우 19세가 될 때까지 증여세를 면제하고 이자·배당소득을 비과세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4일 6·3 지방선거 어린이 공약으로 정부가 직접 출생부터 적립하는 ‘우리아이자립펀드’ 도입을 맞불 공약으로 발표했다.

김 의원은 “해외 주요국처럼 주니어 ISA 제도를 도입하면 자녀 세대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조기 경제 교육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고 법안 취지를 밝혔다.

◇폭증하는 미성년자 계좌

신한투자증권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미성년자 계좌 개설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72% 급증했다. 계좌당 평균 잔고는 약 1000만원 수준으로, 계좌가 비대면으로 개설된 비중은 58.4%에 이른다.

투자 종목을 보면 미성년자 계좌의 국내 주식 거래 1위는 삼성전자로, TIGER 미국S&P500 상장지수펀드(ETF), SK하이닉스, KODEX 200 ETF 등 대형 우량주와 지수 추종 ETF가 상위권을 채웠다. 해외 주식에서는 테슬라·애플·엔비디아 개별 종목과 함께 Invesco QQQ Trust, SPDR S&P500 ETF 등 미국 지수형 ETF가 다수 포함됐다. 부모 계좌가 빅테크 개별 종목 중심이라면, 미성년자 계좌는 ETF를 통한 분산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장기·교육형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해외 사례도 다양하다. 영국의 주니어 ISA(JISA)는 만 17세 이하를 대상으로 연간 9000파운드(약 1600만원) 한도로 모든 이자·배당·매매 차익에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일본도 2016년 주니어 NISA를 도입했다. 다만 주니어 NISA는 만 18세 이전 인출 금지 조항 탓에 외면 받다가 계좌 수는 일반 NISA의 10분의 1인 123만개에 그치며 2023년 판매가 중단됐다. 일본 정부는 인출 허용 연령을 12세로 낮추고 한도를 성인의 절반으로 제한해 내년 새 미성년자 NISA를 재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편법 증여 우려…“구조 자체가 허점”

이번 개정안에는 부모 재산 이전이 아닌 순수한 미성년자 본인의 근로소득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는 장치도 담겼다. 가입일 기준 15세 이상 19세 미만이면서 근로소득이 있는 자는 가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번 소득이 있는 청소년은 별도 제도를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이에 어린이 ISA가 편법 증여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납입 재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미성년자는 소득 원천이 없어 부모가 자금을 대는 게 일반적이다. 이 경우 원금 이전에는 현행 증여세법의 미성년 자녀 10년 공제(2000만원)가 적용되는데 이 법안의 납입 한도(연 360만원)가 기존 증여세 공제와 별도 트랙으로 작동하는지가 불분명하다는 분석이다. 만약 별도로 인정된다면 출생부터 19세까지 최대 6840만원의 원금을 세금 없이 이전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운용 수익까지 비과세가 되는 이중 절세 구조가 형성된다.

실질과세 원칙도 사각지대로 지적된다. 세금 없는 자산 이전의 전형적 수법이 이번에는 합법적 제도의 틀로 포장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성년자는 투자 의사 결정을 독립적으로 하기 어려워 부모가 실질적으로 운용하면서 수익은 자녀 명의로 귀속되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문지회 AJ네트웍스 사장이 지난 1월 자신의 10세 미만∙영아인 세 자녀 증여금으로 회사 주식을 1인당 약 1990만원씩 매입, 미성년 증여세 공제 한도(2000만원)를 정확히 겨냥한 거래라는 세간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있는 집 아이’ 위한 제도 우려

전문가들은 어린이 ISA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설계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법안이 증여세 공제와의 관계·저소득층 접근성·인출 용도 제한 등 핵심 쟁점에 답을 내놓지 않은 채 발의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외 유사 제도의 성과는 엇갈렸다. 영국의 아동신탁기금(Child Trust Fund)은 지난해 4월 기준 75만 8000개 계좌가 만기 후에도 청구되지 않은 채 방치됐고, 미청구 총액은 15억 파운드(약 2조 7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아동자산계좌(CDA) 실험에선 출생시 자동 개설·1000달러(약 145만원) 초기 적립에 저소득층 역진 매칭(연소득 2만 9000달러 미만 가구에 1대1 매칭)을 결합한 결과, 저소득층 아동의 대학 저축 자산 보유율이 실험 전 500명에서 3만 6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아울러 상속세율 또한 해외 사례와 연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증여세가 사실상 중산층 이상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구조라 세제 우회 수단이 될 위험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상속·증여세 면세 한도는 지난해 기준 1인당 약 1399만 달러(약 196억원)로 한국보다 10배 이상 높다. 미국은 애초에 증여세 장벽이 낮아 어린이 투자 계좌가 중산층 저축 인센티브로 기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전문가들은 법안의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설계 보완을 주문한다. 저소득층 자동 가입과 정부 초기 적립 장치를 고안해 납입 여력이 있는 가구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를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안의 연 360만원 한도는 월 30만원 수준으로, 이를 19년간 유지할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 가구에는 사실상 혜택이 없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영국 JISA·미국 529플랜을 참고해 인출 용도를 교육·창업 등 생산적 목적으로 제한하는 장치도 보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조채원 기자 cwlight2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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