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동산병원 국제의료센터를 찾은 외국인 환자들이 진료에 앞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동산병원 제공
한때 비수도권 의료관광을 대표했던 ‘메디시티 대구’의 재도약 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외국인 환자 유치 규모만 놓고 보면 최근 부산과 제주가 빠르게 성장하며 비수도권 의료관광 지형도 달라졌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단순 환자 수만으로 지역 경쟁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관광의 지속 가능성은 얼마나 많은 환자가 왔는지보다 의료기관과 환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얼마나 다시 찾고 오래 머무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지역 병원 실무진과 대구의료관광진흥원은 대구가 관광 인프라 경쟁보다 건강검진과 전문 진료, 반복 관리가 필요한 분야를 기반으로 환자의 체류 기간과 재방문을 늘리는 ‘의료 주도형 관광’ 모델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년 넘게 쌓아온 외국인 진료 경험…전문 통역부터 체류 지원까지
대구 외국인 진료 기반은 20여 년 전부터 축적돼 왔다.
계명대 동산병원 국제의료센터는 외국인 환자 유치가 제도화되기 이전인 2000년 외국인 진료소를 운영하며 국제진료 기반을 구축했다. 이후 2009년 국제의료센터로 확대됐으며 현재까지 미군과 가족, 러시아·카자흐스탄·몽골 등 독립국가연합(CIS) 환자를 중심으로 국제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가 주로 찾는 분야는 건강검진과 암 치료, 소화기내과 등 중증 치료와 장기 관리가 필요한 분야다. 해외에서 치료를 위해 방문한 환자는 보통 2주에서 한 달가량 머물며, 암 환자의 경우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장기 체류는 병원 이용에 그치지 않고 숙박과 쇼핑, 식음료 소비로 이어져 지역 경제에도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산병원은 외국인 환자의 예약과 검사, 수납 등 행정 절차를 국제의료센터가 전담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의과대학 출신 등 의료 지식을 갖춘 내부 통역 인력이 1대1 밀착 지원을 제공해 의료 통역의 정확성과 환자 신뢰를 높이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차영 계명대 동산병원 국제의료팀장은 “의료 통역은 의학적 맥락에 대한 이해와 환자·의료진 간 신뢰가 중요하다”며 “진료 내용이 잘못 전달되면 환자 안전과 직결될 수 있어 전문 인력 확보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대구파티마병원 국제진료센터 역시 외국인 환자의 치료와 체류를 함께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2010년 10월 설립된 센터는 예약과 진료, 통역, 보험 처리부터 입원과 수술, 퇴원 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병원 내에는 외국인 전용 병실 7개와 게스트하우스 6개실(일반실 4개·단체실 2개)이 마련돼 있으며, 외국인 환자는 주당 약 1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환자 구성은 미국이 약 70%로 가장 많고 러시아를 포함한 CIS 국가와 동남아 환자가 뒤를 잇는다.
미군과 군무원, 가족은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호흡기내과, 재활의학과 등을 주로 찾고, CIS 국가 환자는 암 수술과 항암치료 등 중증 치료 목적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환자의 경우 외과와 유방외과, 비뇨의학과, 혈액종양내과 등 다학제 협진이 필요한 중증 치료를 위해 방문하는 사례가 많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파티마병원은 법무부 지정 우수 의료기관으로 의료관광 비자 발급이 상대적으로 원활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직항 노선이 끊긴 상황에서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등을 경유해 대구를 찾거나, 일부 환자는 요트를 이용해 입국한 뒤 치료를 받으러 온 사례도 있었다. 병원 측은 이를 의료진과 병원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이어진 결과로 보고 있다.
한효선 대구파티마병원 국제진료센터 UM은 “외국인 환자는 진료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입원과 보호자 생활, 보험, 통역, 숙박 등이 함께 움직인다”며 “의료와 생활 지원이 연결될 때 재방문과 추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지역 병원 관계자들은 치료와 검진, 추적 관찰을 위해 반복 방문하고 가족과 지인을 동반하는 구조가 지역 의료산업의 장기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데이터로 보는 외국인 의료 관광
2024년 평균 의료 3.36회 이용
1인당 102만원 소비 ‘전국 2위’
지난해 성형외과·내과 順 방문
◇ 외국인 환자 평균 3.36회 이용…대구, 반복 진료 구조 두드러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4 신용카드 데이터로 본 외국인환자 소비패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의 전체 업종 카드 이용금액은 424억원으로 전년 대비 39.0% 증가했다. 의료업종에서는 종합병원 이용금액이 23억2천만원(22.0%)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성형외과 22억5천만원(21.3%), 피부과 17억8천만원(16.8%), 치과 14억1천만원(13.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의 치과 소비 비중은 비수도권 외국인 환자 유치 상위지역인 부산(5.5%)과 제주(2.8%)보다 2~4배 높았다. 치과는 임플란트와 보철 치료 등 반복 진료와 장기 관리가 필요한 분야 특성이 강한 만큼, 대구 의료관광이 단기 방문보다 재방문과 체류 중심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지역별로 부산은 피부과(44.8%), 성형외과(15.2%), 종합병원(13.3%) 순으로 소비 비중이 높았고, 제주는 피부과 소비가 64.9%로 절반을 크게 웃돌며 피부·미용 중심 의료소비 성향이 두드러졌다. 반면 대구는 종합병원과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소비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해 특정 진료과 쏠림보다 치료와 미용, 반복 관리 분야가 함께 성장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구시 자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2025년 대구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 진료과 비중은 성형외과(25.3%), 내과통합(14.8%), 피부과(14.6%) 순으로 집계됐으며 검진센터(4.2%)와 치과(2.8%) 등 반복 관리와 추적 진료가 가능한 분야도 일정 비중을 차지해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4년 대구는 백화점과 호텔 등을 포함한 전체업종 기준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이용금액이 약 102만원으로 서울(322만원)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비수도권 중에서는 최고 수준인 셈이다.
이중 의료업종의 경우 1인당 평균 이용금액은 88만3천875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6위 수준에 머물렀지만, 평균 의료 이용건수는 3.36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부산(2.12건), 제주(1.86건), 서울(1.90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는 대구를 찾는 외국인 환자가 단발성 진료보다 반복 진료와 추적 관찰, 장기 치료 중심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경쟁력 확보 방안
해외 홍보사업 단계적 복원 추진
반복 진료-체류 치료 구조 구축
치료+회복+휴양 ‘웰니스’ 전략
◇ 환자 수보다 중요한 건 ‘왜 다시 찾는가’…메디시티 대구의 다음 경쟁력
대구의료관광진흥원은 최근 부산과 제주 등 의료관광 시장이 피부·미용 중심 단기 시술 위주로 성장하는 흐름을 보이는 반면, 대구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중증·전문치료 비중이 높아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순 환자 수 확대보다 반복 진료와 추적 관리, 체류 치료로 이어지는 구조가 대구 의료산업의 장기 경쟁력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대구는 외국인 환자의 연환자 비율이 전국 평균을 웃도는 등 반복 이용 특성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3~2025년) 대구 외국인 실환자 수는 회복 국면에 접어든 반면, 연환자 비율은 전국 평균을 지속적으로 상회했다. 실환자는 여러 차례 진료를 받아도 1명으로 집계하는 실제 환자 수를 의미하며, 연환자는 같은 환자의 외래 진료와 입원 등 반복 이용 횟수를 연간 합산한 수치다. 이에 연환자는 재방문과 장기 치료 비중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대구 외국인 환자는 최근 3년간 실환자 1명당 평균 약 3회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기준 대구 외국인 환자는 실환자 1만9천243명, 연환자 5만1천669명으로 환자 1명이 평균 2.7회 진료를 받았다. 같은 해 전국 평균은 실환자 201만1천822명, 연환자 272만3천307명으로 1인당 약 1.35회 수준이었다.
2023년과 2024년 역시 대구는 각각 3.29회, 3.10회로 전국 평균(1.84회·1.45회)을 크게 웃돌았다.
진흥원 측은 높은 재방문율이 의료서비스 이용에 그치지 않고 숙박과 식음료, 관광 소비로 이어져 지역 부가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구 의료관광 관련 예산이 2022년 42억8천만원에서 지난해 6억6천만원 수준으로 줄면서 해외 박람회와 공동 마케팅, 의료통역 인력 양성 등 기반 사업은 위축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진흥원은 의료통역 인력 양성을 재개하고 해외 홍보사업인 ‘헬로우 메디시티’를 단계적으로 복원하는 등 기반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향후 대구형 의료관광 모델로는 치료와 회복, 휴양을 결합한 ‘메디 웰니스’ 전략을 제시했다. 환자는 치료를 받고 보호자와 가족은 숙박과 관광, 웰니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체류형 구조를 통해 의료가 지역 소비와 관광을 이끄는 방식이다.
김승호 대구의료관광진흥원 본부장은 “메디시티 대구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환자를 유치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고 다시 찾게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대구는 특화 의료기술과 치료 경쟁력을 기반으로 환자가 치료 이후 회복과 체류까지 이어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가 관광을 이끄는 도시가 될 때 대구만의 성장 공식도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아람기자 ara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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