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파업땐 영업익 10조 증발
올들어 D램가격 40% 급등세
삼성전자 멈추면 기름 부을듯
중국·대만 경쟁사들 공격투자
장기 공급망 개편 빨라질 수도
노조 '영업익15%' 성과급 요구
메모리사업부 인당 6억원 넘어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가격 상승과 납기 지연이 이뤄질 수 있다."
대만 반도체 분석 업체인 트렌드포스가 내놓은 전망이다. 2024년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서는 영향이 없었다고 평가한 것과 상반된 분석이다.
삼성전자 파업은 당장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공급망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12일 가트너·옴디아 등 조사 업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분야(작년 4분기, 매출 기준)에서 D램 36%, 낸드플래시 28%, 고대역폭메모리(HBM) 22%를 장악하고 있다. 최근 들어 HBM 수요 폭증으로 인해 D램이 사실상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그만큼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의 파업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올 들어서만 보더라도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D램 고정거래가격은 40% 급증했고, 낸드플래시도 208%나 올랐다. 그만큼 공급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18일간의 파업이 이뤄져 반도체 생산이 줄어들면 가격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파업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고객사들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엔비디아, 구글, 애플 등 삼성전자의 주 고객사들은 높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으로 불만이 쌓여 있는 상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공급 자체가 차질을 빚게 되면 고객사들은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곳은 CXMT, YMTC 등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될 것으로 업계에선 우려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만 기업들도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난야, 윈본드, PSMC 등 대만 메모리 기업들이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과가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에 균열을 불러올 수 있다며 동향 파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라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 중인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들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생산 역량이 크게 늘어난 해외 경쟁사들이 삼성전자의 파업을 기회로 보는 이유다.
전용일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의 핵심 축이며, 생산이 흔들릴 경우 고객 주문이 경쟁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문제는 이러한 이동이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인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한 글로벌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는 "해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설마 파업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 주식의 절반 가까이를 들고 있는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 및 주가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메모리 가격의 상승은 정보기술(IT) 기기를 비롯해 전 산업에 걸쳐 도미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DX(세트)부문은 물론 국내 전자업계 전반의 부담을 증폭시키는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삼성전자가 가진 상징성으로 인해 노사 관계가 우리 경제의 리스크로 해외 고객사와 투자자들에게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수출은 861억3000만달러(약 128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328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51.4% 급증한 덕분이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인 38.1%로 치솟았다. 오는 5월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6월 이후 수출 규모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달러당 원화값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되기 전에 노조와 사측이 현실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사내 공지를 통해 2026년 임금협상 교섭 과정을 공개했다. 노조 요구에 맞춰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경쟁사 수준 이상의 성과급 지급을 보장했다. 하지만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전액을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제도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 계산에 따르면 내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소속 직원(연봉 8000만원 기준)은 1인당 성과급으로 세전 기준 평균 6억2000만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DS부문과 DX부문이 한 법인에 존재하는 삼성전자 특성상 그러한 제도화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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