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설치 계획이 수도권을 ‘배제’한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 초안으로 현재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일반·국가산단을 호남으로 이전하자는 이른바 ‘반도체 이전론’ 주장 등으로 지역 갈등과 정치 쟁점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사진은 14일 오후 용인시에 남사면에 건설중인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의 모습. 노민규기자
국내 반도체 산업의 성공을 위해선 ‘집중화’를 이뤄내는 게 최우선 과제다.
클러스터 내 반도체 제조기업 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집적화가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인력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각국과 경쟁하기 위해 속도전이 중요한 상황서 평택·이천 등 기존에 마련된 반도체 인프라와 주요 대학·연구 시설을 갖춘 ‘수도권’이 반도체 클러스터의 최적지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14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 2024년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수원 등 경기 남부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일본·대만·미국 등과 반도체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기존에 집약된 반도체 인프라를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예산 투입, 조세 지원 등 투자 인센티브 확대뿐 아니라 소부장 경쟁력 강화, 연구 인프라 확충 등을 내걸었다.
반도체와 관련된 국내·해외 기업을 유치해 기반을 다지고, 비교적 취약한 검사·세정·식각 분야의 반도체 기술을 보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2년 만에 정부 계획이 차질을 빚게됐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경기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설치 계획과 맞물린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 초안을 추진하려고 해서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다양한 지원 방안 근거를 담은 시행령에 정작 수도권을 ‘배제’한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출범 때부터 지역 균형 발전을 중시해 왔고, ‘지방 우선 정책’을 강조한 바 있다.
또, 정부를 뒷받침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현재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일반·국가산단을 호남으로 이전하자는 이른바 ‘반도체 이전론’ 주장이 제기돼, 지역 갈등을 야기하고 정치 쟁점으로 번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김동연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경기도야 말로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이라며 “첨단 산업을 나눠 갖는 제로섬방식은 산업의 경쟁력을떨어뜨릴 수 있다”며 시행령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속도’와 ‘집중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전임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흩어져 있으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한 지역 안에서 기업, 협력업체, 인력, 연구개발 기능이 모여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메모리 반도체를 호남으로 가져가겠다고 하면 인재도 부족하고, 기존에 집중돼 있던 역량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어떤 분야든 관련 기업과 시설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생산성과 경쟁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산업 단지를 구축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인프라가 구축된 수도권에 집중하는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명호·최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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