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이른바 '황제사택'과 고급 별장 등을 사주 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하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기업들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 50개 업체에서 포착된 탈루 혐의 규모는 총 1조9000억원대다.
국세청은 25일 법인 명의의 고가주택이나 별장을 사주 일가가 사적으로 이용하는 등 중대한 세금 탈루 혐의가 확인된 50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대기업 5곳과 상장사 6곳이 포함됐다. 상장사 가운데 코스피 기업은 4곳, 코스닥 기업은 2곳이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을 사주일가 거주형 28곳, 별장형 17곳, 부동산 투기형 5곳 등으로 나눴다.
사주일가 거주형은 법인이 서울 강남3구나 마포·용산·성동구 등지의 고가주택을 매입한 뒤 사주 가족에게 사실상 주거용으로 제공한 사례다.
한 음식·숙박업 대기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200억원대 고급주택을 사들이고 100억원대 증축비와 인테리어 비용까지 법인 자금으로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주 일가는 이미 인근에 300억원대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새로 취득한 법인 주택에 거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법인은 인건비 명목으로 약 200억원의 회사 자금을 사주 일가에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사주에게 동종업계 최고 급여 수령자 평균의 10배에 달하는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했다.
다른 법인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40억원대 빌라를 마련해 사주 일가의 거주 공간으로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유학 중인 사주 자녀의 고급 레지던스 임차비를 대신 내고 사주 배우자에게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약 30억원의 법인 자금을 유출한 혐의도 포착됐다.
부산에 본거지를 둔 서비스업 법인이 서울에서 근무하는 사주 자녀를 위해 서초구 반포동의 40억원대 아파트를 취득해 제공하거나, 제조업체가 송파구 신천동의 60억원 상당 오피스텔을 사주에게 사실상 관리비 수준의 임대료만 받고 빌려준 사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직원 복지용이라더니 '회장님 전용'…100억원대 별장도
직원 복지를 명목으로 고급 콘도나 별장을 취득한 뒤 사주 일가 전용으로 사용한 '별장형' 사례도 17곳 확인됐다.
한 법인은 계열사를 동원해 100억원대 초호화 별장을 취득한 뒤 외부 출입을 제한하고 사주 일가만 이용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60억원 상당의 고급 단독주택형 콘도를 사주 일가의 별장으로 사용한 사례가 적발됐다. 해당 숙박시설의 1박 이용료는 약 300만원에 달했다.
이 법인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사주 아파트의 인테리어 비용 약 20억원을 대신 내고, 사주 동생이 지배하는 국내 관계사에는 수수료를, 사주 누나에게는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약 60억원의 법인 자금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원 평창의 회원제 골프장 안에 있는 30억원 상당 고급 콘도를 취득한 뒤 직원 복리후생시설인 것처럼 사내 공문과 사용 일지를 꾸며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를 받은 제조업체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야외 수영장이 있는 고급 단독주택을 직원 기숙사로 위장해 부가세를 공제받거나, 사주 자녀가 세운 법인에 유지보수 용역비를 부풀려 지급한 사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주택 규제 피하려 법인 활용…40억원대 집 팔고 계속 거주
법인을 이용해 사주 일가의 다주택 규제와 세 부담을 피하려 한 '부동산 투기형' 기업도 5곳 적발됐다.
한 도소매업체 사주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1세대 2주택자가 되자 기존에 보유하던 40억원대 주택을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은 뒤에도 해당 주택에서 임대료를 내지 않고 계속 거주한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했다.
또 다른 소매업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100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사주 일가에게 제공하고 인테리어 비용까지 법인 비용으로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주 일가는 강남 아파트 2채를 개인 명의로 보유한 상태에서 법인 명의 주택에 거주하며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다주택 규제를 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공시가격 합계 약 200억원의 고가주택 2채 중 1채를 법인 명의로 취득한 뒤 사주가 두 주택을 사실상 하나의 주거 공간처럼 사용하거나, 법인이 사업자 대출을 받아 사주 자녀의 30억원대 단독주택 구입과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한 사례도 확인됐다.
국세청은 법인이 보유한 고가주택 2639채를 전수검증한 결과 1097채, 약 42%에서 사적 사용 정황을 확인했다. 이후 해당 법인의 신고 내용을 추가 분석해 이번 50개 업체를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국세청은 계좌조회와 포렌식 등 조사 수단을 활용해 법인 자금의 사적 유출 여부를 확인하고, 사주 등이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경우 과세할 방침이다. 조세포탈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범칙 행위가 확인되면 형사처벌 절차도 밟을 계획이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법인에 대해서도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며 탈루 혐의가 중대한 곳은 순차적으로 세무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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