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이치·LG이노텍, 반도체 수혜주로 분류돼
씨에스윈드·DL이앤씨, 대체에너지 기술로 각광 받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민연금이 지난달 전자기판, 대체 에너지와 관련된 국내 종목의 주식을 적극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정보기술(IT) 등 테크 업종의 상승세와 고유가 기조 속 대체 에너지에 대한 시장 관심도가 높아진 점을 고려한 결정이란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국내 종목 16개의 지분율을 10% 안팎으로 조정한 사실을 공시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달 매매한 국내 종목 주식을 정리한 표.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종목의 지분율이 변동되거나 해당 종목의 지분율을 1% 이상 조정하면 공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지분율을 1.0%p 이상 크게 높인 종목은 비에이치(3.15%p), LG이노텍(1.56%p), 씨에스윈드(1.51%p), DL이앤씨(1.26%p) 등 4개다. 비에이치와 LG이노텍은 각각 전자기판 전문 업체로서 최근 반도체 특수를 누리는 종목으로 꼽힌다.
비에이치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화면에 쓰이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B)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지난 2023년 6월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고 애플,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고객사를 두고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 성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비에이치 기업 가치에 호재로 작용한단 분석이다. 비에이치는 이날 매출액 3716억원, 영업이익 107억원을 기록해 증권가 전망치를 상회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비에이치가 전장, 로봇 분야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단 평가다. 비에이치 주가(장마감 기준)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1만5960원에서 지난달 30일 3만4500원으로 116.17%나 상승했다.
LG이노텍 직원이 '차세대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 전문 업체로, 고객사의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 사이클 진입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꼽힌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필수적으로 장착되는 SiP 기판을 고객사에 과점 공급하는 가운데, 최근 수요 급증에 따른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LG이노텍은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6%나 증가한 295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혀, 증권가 예상치를 훌쩍 넘긴 점으로 호평받기도 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고객사가 증산에 돌입하면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FCBGA를 제외한 패키징기판 사업의 하반기 중 영업이익률은 계절적 성수기가 도래하고 20%를 크게 상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에스윈드는 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전문 업체다.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으로서 가치를 새롭게 평가받고 있단 분석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일리노이주(洲)에서 전개되고 있는 대형 육상풍력 프로젝트에 풍력 타워를 현지 생산, 공급하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풍력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관련 사업의 승인을 보류한 점은 변수로 지목된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선 오는 11월 현지에서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의석이 늘어나면 주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DS투자증권)이 나온다.
DL이앤씨, 엑스에너지 양사 관계자들이 지난 3월 25일 서울 마곡동 DL이앤씨 본사에서 SMR 표준화 설계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는 최근 주택 사업에서 높은 원가의 현장 매출 비중이 하락한 한편, 대형 사업지의 매출이 본격 발생함에 따라 실적을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4.3%나 증가한 1574억원을 기록했다.
DL이앤씨가 앞서 지분 투자한 미국 소형 원전(SMR) 기업 엑스에너지의 기업가치가 최근 급등한 점도 DL이앤씨 주가에 호재로 여겨진다. 엑스에너지는 인공지능(AI) 산업의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엑스에너지는 아마존, 다우 등 주요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고, 지난달 24일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점으로 주목받았다. DL이앤씨는 현재 보유 중인 엑스에너지 지분의 가치가 2023년 1월 투입금액(300억원) 대비 5.7배나 증가한 172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HL만도가 개발한 자율주행 주차로봇 파키(Parkie). / 사진=HL만도
◇ HL만도 지분은 1% 가까이 낮춰···증권가 일각 “신사업 기대감 과도”
국민연금은 같은 기간 16개 종목 중 HL만도의 지분율을 10.94%에서 9.98%로 가장 많이(-0.96%) 낮췄다. 증권가에선 최근 HL만도가 본업인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하고, 신사업에서 이윤을 창출하기까지 기간이 더 필요하단 평가가 나온다.
HL만도는 지난 1분기 매출액 2조3117억원, 영업이익 9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18.2% 증가했지만 고객사 보상 성격의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증권가 전망치를 하회했단 분석이다.
HL만도가 파워트레인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현재 로봇 액추에이터 신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기 전부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단 평가도 나온다.
김창호·전유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배포한 보고서를 통해 “HL만도의 지난 1분기 실적은 완성차의 글로벌 생산량이 둔화한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실적”이라면서도 “2분기 원가와 관세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로봇 액추에이터 사업의 성과도 내년 이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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