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항공기 지연 특약 이어 올해 날씨보험 등장…데이터·인프라 구축 '숙제'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사잔=파이낸셜포스트 DB}
지난 2024년 취임한 삼성화재 이문화 대표이사는 취엄 초기부터 '초격차'를 강조하며 수익성 강화에 힘썼고, 이를 위한 승부수 중 하나로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 중 최초로 '지수형 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이후 국내 보험업권에서 지수형 보험 활성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후위기의 위협이 현실화됨에 따라 새로운 보험 모델로 주목받고 있지만, 인프라 구축 비용과 데이터 확보 문제 등으로 실제 확산 여부를 두고는 신중한 시각도 적지 않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최근 해외여행보험의 항공기 지연·결항 ‘지수형’ 보장 범위를 기존 출국편에서 귀국편과 경유편까지 확대했다.
지수형 보험은 사전에 정한 지수(Index)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의 상품이다. 실제 손해액을 산정하는 전통적인 보험과 달리 기준이 되는 지숫값이 일정 수준을 넘거나 충족했는지를 기준으로 보험금이 지급된다.
삼성화재의 항공기 지연 보장 특약은 항공기가 2시간 이상 지연되거나 결항될 경우 보험금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연 시간에 따라 보상 금액이 차등 지급되며, 6시간 이상 지연되거나 결항할 경우 최대 20만원을 보장한다.
항공기 운항 정보는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제공하는 공공데이터와 연동된다.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이 발생하면 고객에게 자동으로 알림이 전달되고, 고객은 탑승권 사진을 업로드하면 즉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어 보상 절차도 간소화됐다.
[자료=삼성화재]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해 2월 업계 최초로 ‘출국 항공기 지연·결항 보상 특약’을 선보이며 국내 지수형 보험 상품을 처음 도입했다. 이후 KB손해보험, 현대해상,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도 해외여행보험 상품에 지수형 항공기 지연 특약을 신설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확대됐다. 해당 특약의 누적 가입 건수는 출시 이후 9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손해보험업계 1위 사업자인 삼성화재가 지수형 관련 상품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면서 지수형 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시장을 선도하는 보험사가 관련 상품을 확대하면서 경쟁사들도 유사 상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것이 마중물이 돼 다른 일반보험에서도 지수형 상품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지수형 보험이 향후 보험산업의 새로운 성장 분야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기후위기로 폭우·폭염 등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면서 재난 피해를 보다 신속하게 보상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손해사정을 거쳐야 하는 기존 보험과 달리 사전에 정한 지수 기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어 보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강수량이나 기온, 풍속 등 기후 지표를 기준으로 한 다양한 지수형 보험 상품이 이미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4년 7월 기록적인 폭우로 인천 서구 사월마을 일대 도로가 물에 잠긴 모습. [사진=인천소방본부]
실제로 지난해 10월 KB손보는 업계 최초로 지수형 날씨보험인 ‘KB 전통시장 날씨피해 보상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일정 기준 이상의 강수량 등 기상 지표가 충족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다만 지수형 보험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수형 기후보험은 일반 손해보험보다 더 많은 데이터와 정교한 모델링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상 데이터 분석과 리스크 모델 구축을 위한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필수적이지만, 최근 보험업계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투자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지수형 보험 상품 개발이 실제 영업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존재해 관련 개발 준비에 신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수형 보험은 데이터와 분석 역량이 핵심이기 때문에 초기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며 “보험사 입장에서 투자 대비 수익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인 지수형 보험 시장의 성장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보험업 미래대비 과제’를 발표하며 지수형 날씨보험 활성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금융위는 지수형 날씨보험 상품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자체나 발전소 등을 대상으로 한 보험 개발 시 위험통계가 부족한 경우 재보험사로부터 제공받은 위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보험 실수요자에게만 위험을 보장하도록 피보험이익 기준을 명확히 하고 날씨지수를 정교화하는 등 상품 개발 원칙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말 손해보험협회와 주요 손해보험사, 기상청 등은 기상감정 활성화와 기상정보 기반 보험상품 개발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기상감정 활용 분야 발굴과 기상·기후 리스크 기반 보험상품 개발 확대, 보험금 산정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 등을 중심으로 협력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포용금융 정책 가운데 건설현장 기후보험이 지수형 구조로 설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보험업계에서는 공공 영역에서 지수형 보험이 도입되고 보험금 지급 사례가 축적될 경우 요율 산정이 정교해지고 관련 시장 기반도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폭우나 폭설 등 이상기상이 빈번해지면서 기존 보험상품만으로는 새로운 기후 위험에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보험상품 개발에 다양한 기후 요소를 반영하는 등 과학적 대응과 함께 민관 협력 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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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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