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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 트라우마, 사회 안에서 치유해야죠”

5·18 등 국가 폭력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심리치료에 몰두해 온 정찬영(57) 동명병원 원장은 지난 2024년 12월 계엄령이 발표됐을 때 오월 어머니들에게 일일이 안부전화를 걸었다.

“국가폭력 트라우마, 사회 안에서 치유해야죠”

“국가폭력 트라우마, 사회 안에서 치유해야죠”

국가폭력·재난 피해자 마음 보듬는 정찬영 동명병원 원장

5·18 상처부터 참사 유가족까지…2012년 증언치료 시작

내달 4일 ‘동명 1974’서 저서 소개·마당음악회 소통 행사

2026년 08월 26일(수) 19:55

강연과 노래, 색소폰 연주가 어우러진 ‘마당음악회’를 진행하는 정찬영 원장. <정찬영 원장 제공>

5·18 등 국가 폭력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심리치료에 몰두해 온 정찬영(57) 동명병원 원장은 지난 2024년 12월 계엄령이 발표됐을 때 오월 어머니들에게 일일이 안부전화를 걸었다. 오랜 치유 과정을 통해 그분들의 고통을 직접 들여다봤기에, 계엄이라는 상황에 얼마나 놀랐을지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 원장이 국가폭력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저서 ‘당신의 상처는 사적이지 않다’(창비)와 심리치료를 진행하며 느낀 것들을 함께 나누고 음악으로 소통하는 특별한 행사에 참여한다. 오는 9월 4일(오후 6시30분) 양옥집을 개조한 책방 ‘동명 1974’에서 열리는 마당음악회다.

지난 2012년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와 인연을 맺고 증언치료를 시작한 정 원장은 이후 세월호, 학동 붕괴 사고, 제주항공참사, 코로나 19, 학생 자살 및 트라우마 위기개입, 탈성매매 여성에 이르기까지 재난과 사회적 트라우마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당시 14년을 복역하고 돌아와 자신처럼 국가폭력으로 상처 받은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해 앞장서겠다는 강용주 선배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죠. 정신과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초기에는 이 일이 어렵고 난해한 문제로 느껴졌어요. 당시, 32년 동안 정식으로 국가가 치유적 접근을 한 적은 없었거든요. 모든 집단 트라우마가 그렇듯 서로간의 반목도 있었고, 실속만 차리고 떠나는 전문가들에 대한 불신도 있었고요. 하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지난 2021년 ‘5월 어머니상’을 수상하기도 한 정 원장은 “오월 어머니들에게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아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분들이야말로 이런 일이 없었다면 정말 큰 사랑을 베풀며 사셨을 분들”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5·18 가해자 헌정곡 ‘우리 안의 아이에게’를 작사·작곡하고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노년의 가해자들에게 더 이상 손주 세대에게 굴레를 물려줘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았고, 광주 청년들이 노래했다. 대학에서 밴드 활동을 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첼로, 색소폰, 기타, 드럼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고, 강연이나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음악을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병원으로 초청해 음악·음식을 함께 나누는 송별회를 열었고 오월 어머니들이 치료 받으러 오면 함께 모여 노래하기도 한다. 또 기타 메고, 색소폰 들고 병실을 찾아 치매 어르신과 간병인들에게 음악을 들려준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로로, 악동뮤지션, 윤도현의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재난, 참사, 국가폭력은 사회적인 환경이나 여건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국가의 수습 대응 방식이나 사회적 담론, 공동체의 반응에 따라서 고통의 크기나 종류가 많이 달라지죠. 잘 생각해 보면 개인의 사적인 상처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실은 우리가 어떻게 연결돼 있고, 어떻게 서로를 대하고, 경쟁하는지 사회적인 환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정 원장은 시신수습, 원인규명이 마무리되지 않아 치유 선뜻 나서지 못하는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을 위한 ‘고유공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사회에 만연한 조롱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남의 고통과 역사적 비극을 대하는 자세와 소수자, 의견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공존하는가하는 하는 문제를 놓고 토론하며 의견을 나누는 사회정서학습이 교육 커리큘럼에 들어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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