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편성권 기획처로 이관되고
김용범 정책실장 전면 나서면서
경제정책 총괄·조정 기능 약화
“정부 정책 추진력 하락” 우려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0일 재경부 확대간부회의 중 발언하고 있다. 재경부 제공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맞았지만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주도권이 이전보다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초 정부조직 개편으로 재경부의 권한이 축소된 데다 주요 경제정책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부총리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제정책의 책임과 조정 기능이 분산되면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9일 취임 1주년을 맞은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하반기에도 경제 현안과 정책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했다. 다만 1주년에도 지난 1년의 성과나 향후 경제 운영 방향을 담은 별도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구윤철 경제팀이 지난 1년간 맞닥뜨린 최대 시험대는 올해 초 발발한 중동지역 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였다. 국제유가 급등과 공급망 교란 우려가 커지자 구 부총리는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가동해 금융·실물경제 전반을 밀착 점검하며 시장 불안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구 부총리에게는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부총리 존재감이 약화한 가장 큰 배경은 축소된 재경부 업무와 맞물려 있다. 올해 1월 정부조직 개편으로 기획재정부가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되면서 부총리가 행사했던 핵심 권한인 예산편성권이 기획처로 넘어갔다.
재경부의 쪼그라든 위상을 잘 보여준 상징적인 일화는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제는 기획처에서 하지 않나”라고 묻자 구 부총리가 “세금은 제 담당이다. 그것도 넘기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경제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기능이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경부가 담당하는 금융·세제·거시경제 정책만으로는 각 부처 협조를 끌어내고 복합적인 현안을 조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달 발표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도 재정 투입이나 금융 지원보다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과 청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확대 등 세제 지원에만 머물렀다.
국부펀드 추진 과정도 구 부총리의 정책 추진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사례로 꼽힌다. 그는 지난 5월 “초과 세수의 상당 부분을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며 싱가포르 테마섹 같은 별도 국부펀드 신설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존 기관인 한국투자공사(KIC)의 기능을 확대·개편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애초 계획보다 규모와 방식이 축소된 것이다.
특히 과거에 비춰 부총리가 나서야 할 자리에 청와대가 앞서면서 부총리 존재감이 더 옅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공지능(AI) 국민배당금,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등 주요 정책 발표와 시장에 신호를 보내야 할 국면마다 김 정책실장의 발언이 먼저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경제부총리가 정책을 조율하고 설명해야 할 사안까지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면 정책 실패의 부담이 고스란히 청와대로 향할 수 있다”며 “경제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약해지면 결국 정부 전체의 정책 추진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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