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Google)이 올해 안에 서울에 ‘AI 캠퍼스(AI Campus)’를 설립한다.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기업 딥마인드(DeepMind) 본사가 있는 영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기업이 연구와 협력의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유치를 계기로 서울을 아시아 AI 허브로 키우고, 국내 연구자와 스타트업의 글로벌 연결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AI 캠퍼스를 ‘K-문샷’과 연계해 구글 딥마인드와 AI 기반 과학기술 협력의 거점 역할을 수행케 할 계획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구글은 올해 안에 서울에 ‘AI 캠퍼스’를 개소해 연구자·스타트업과의 협력을 본격 확대하기로 했다”며 “이 AI 캠퍼스는 구글 딥마인드 본사가 있는 영국을 제외하고 전세계 처음으로 한국에 문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획은 이날 오후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겸 CEO의 접견에서 공식화됐다. 하사비스 대표는 2016년 알파고와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의 대국을 언급하며 “10년 전 알파고 대국이 열린 서울에서 오늘날 AI가 태동했다”며 “한국은 구글 딥마인드에게 매우 특별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하사비스 대표는 서울 AI 캠퍼스에 구글 연구진 10여 명을 파견해달라는 정부 측의 요청에 즉석에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구글과 구글 딥마인드는 국내 연구계·학계와 AI 협력을 구체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K-문샷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협력키로 했다. 문샷(Moonshot)은 지난 196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달 탐사선을 발사한 아폴로 프로젝트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당시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해 보이던 도전에 착수한 데서 비롯됐다.
이재명 정부는 미래 전략기술을 육성하고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확한 임무를 정해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도전한다는 취지에서 K-문샷 프로젝트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최근엔 기술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해 AI 기반 신약 개발, 청정에너지, 가사·돌봄 휴머노이드, 희토류 저감기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등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세계적인 과학AI 역량을 갖춘 딥마인드와 국내 연구진이 손을 잡는 만큼 바이오·기상기후·미래 에너지 등 과학기술 분야의 역량이 한층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구글이 서울에 AI 캠퍼스를 설립함에 따라 연구자, 대학, 스타트업, 정부를 연결하는 실질적인 협력 플랫폼을 넘어 AI 전략의 아시아 거점으로서 역할을 가져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AI 연구자들에게는 세계 최상위 연구진과 직접 협업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스타트업은 글로벌 AI 생태계 진입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경훈 부총리(왼쪽)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동워킹그룹 구성, 분기별 화상·대면회의 진행키로
이 대통령과 접견 직후,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과 하사비스 대표는 2016년 알파고-이세돌 간 대국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열렸던 서울 포시즌즈호텔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엔 △과학기술 AI 공동연구 △AI 인재 양성 △책임있는 AI 활용 등을 주요 협력 분야로 적어넣었다.
세부적으로는 생명과학, 기상·기후, AI 과학자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고, 다음달부터 운영할 ‘국가과학AI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공동연구와 연구자 교류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과학적 발견을 가속화하기 위해 AI 모델·도구의 개발·검증, 과학 데이터 활용과 더불어 AI 바이오 혁신 연구거점 중심의 협력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AI 안전 및 거버넌스 분야 협력도 포함됐다. 양 기관은 AI 기술의 책임있는 개발을 위해 안전성 프레임워크와 AI 모델의 안전장치에 관한 공동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AI 위험에 대응해 AI 안전성 평가·연구를 담당하는 ‘AI 안전연구소’와 연계, 안전 프레임워크 구축 및 테스트 방법론에 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밖에 인류가 직면한 문제 해결과 공동번영을 위해 대한민국 내 글로벌 AI 허브 조성 및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배경훈 부총리는 “이번 협약은 알파고 대국 1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에 체결된 것으로, 지난 10년간 축적된 AI 성과를 과학기술 혁신 동력으로 전환하고, 국내 AI 생태계 고도화와 책임있는 AI 활용을 위한 글로벌 협력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10년 전 알파고가 AI시대의 막을 열었다면, 이제는 AI가 과학기술의 난제를 풀고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사비스 대표도 “구글은 (알파고 대국의)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아 바이오 혁신과 기상 예측 분야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한편, AI가 책임감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보호체계를 구축하는 일에도 파트너로서 힘을 보태겠다”고 답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 공동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분기별 화상회의와 대면회의(매년)를 통해 세부 협력 과제와 추진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정부와 구글 딥마인드 간 AI 협력에 대해 “10년 전 알파고 대국으로 대한민국과 함께 AI시대의 서막을 열었던 것처럼, 앞으로 10년, 20년 후 ‘모두를 위한 AI’라는 빛나는 미래를 함께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사비스 대표는 전 세계에 AI의 가능성을 각인시킨 인물로, 당시 알파고-이세돌 대국을 총괄했다. 이후 단백질 구조 예측 AI 모델 ‘알파폴드(AlphaFold)’를 개발한 공로로 202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며 AI를 과학적 발견의 핵심 도구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접견에 앞서 하사비스 대표는 2016년 알파고 대국을 기념해 자신과 이세돌 9단의 서명이 담긴 바둑판을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최성욱 기자 ongug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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