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티즈·베어로보틱스 투자 확대, CES서 ‘클로이드’ 공개로 성과 가시화
AI연구원·이노텍·에너지솔루션·CNS 협업으로 로봇 밸류체인 완성 단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아비나브 굽타 스킬드AI 공동 창업자와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LG그룹
피지컬AI가 글로벌 AI 경쟁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LG그룹의 선제적 투자 전략이 재조명되고 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에 집중해 온 투자가 최근 들어 구체적인 사업 구조로 연결되며 그룹 차원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LG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산업 현장 적용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갖추며 피지컬AI 영역에서 경쟁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봇 구현에 필요한 ▲부품 ▲인공지능 모델 ▲데이터 ▲적용 환경까지 계열사별로 역할을 나눠 축적해 온 결과 내부적으로 상당 부분을 소화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는 분석이다. 이는 개별 기술 경쟁을 넘어 생태계 단위 경쟁으로 확장되는 흐름과 맞물린다.
구 회장의 최근 행보 역시 이러한 전략 방향을 뒷받침한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기업인 스킬드 AI 경영진을 직접 만나 기술 동향과 산업 적용 가능성을 점검했다. 대기업 총수가 스타트업을 직접 방문해 기술을 확인하는 사례는 드문 만큼 피지컬AI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을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된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한 투자도 이어지며 다이나 로보틱스와 피규어 AI 등 글로벌 로봇 스타트업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LG전자의 AI 홈로봇 'LG 클로이드'. 사진=LG그룹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LG전자가 중심축을 맡고 있다. LG전자는 CES 2026에서 AI 홈로봇 ‘클로이드’를 공개하며 가사 노동을 자동화하는 ‘제로 레이버 홈’ 비전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공개된 액추에이터 기술은 로봇의 미세한 움직임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 업계에서는 ‘로봇의 근육’으로 불린다. LG전자가 세탁기와 청소기 등을 통해 60년 이상 축적해 온 모터 기술이 정밀 동작 구현의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로보티즈 지분 투자 ▲로보스타 인수 ▲베어로보틱스 경영권 확보 ▲애지봇 투자 등으로 로봇 사업 포트폴리오도 지속 확대해 왔다.
AI 기술은 LG AI연구원이 맡고 있다. 연구원은 피지컬AI를 차세대 AI 방향으로 설정하고 조직 개편을 통해 ‘피지컬 인텔리전스랩’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시각과 언어를 결합한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이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각 지능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실제 사물에 적용하는 데 기술 난이도가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계열사별 역할 분담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OLED(P-OLED)를 적용한 로봇용 디스플레이를 통해 곡면 구현과 경량화를 동시에 확보하며 ‘로봇의 얼굴’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 LG이노텍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력해 RGB 카메라와 3D 센싱 모듈을 결합한 ‘비전 센싱 시스템’을 개발 중으로 야간이나 악천후에서도 환경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 확보에 나섰다. 센싱·기판·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촉각센서와 액추에이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담당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구조상 탑재 공간이 제한적인 만큼 소형·경량이면서도 순간적으로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는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통형 배터리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베어로보틱스에 2170 배터리를 공급하고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로봇 ‘루키’에도 해당 배터리를 적용하는 등 적용 사례를 확대하고 있다.
LG CNS RX 이노베이션 랩 출범식에서 임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LG CNS
소프트웨어와 산업 적용은 LG CNS가 맡고 있다. LG CNS는 제조·물류·유통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이 산업 환경을 이해하고 작업할 수 있도록 ‘훈련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스킬드 AI와의 협력을 통해 산업 현장 행동 데이터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에 반영하고 있으며 HD현대로보틱스와는 조선소 품질 검사 휴머노이드 실증을 진행 중이다. 이는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약 8년간 이어진 투자와 기술 축적이 일정 시점을 지나며 하나의 사업 축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하드웨어와 AI, 스타트업 투자까지 동시에 추진해 온 결과가 최근 들어 유기적으로 맞물리고 있다”며 “피지컬AI 시장이 본격화될 경우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피지컬AI가 제조와 물류, 가정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LG가 구축한 이 같은 통합형 전략이 향후 개별 기업 중심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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