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강현 울산온라인학교 보건교사
오버레이 모델링이란 학습자 모델링 기법 중 하나로 교육에서는 교육과정 및 전문가 지식에 준거하여 학습자가 그 중 어느 부분을 알고 모르는지 겹쳐서 비교하여 맞춤형 학습 경로를 제시하는 것이다. 현재는 이를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 및 AI 코스웨어, 게이미피케이션 기반 학습 등에서 활용한다.
해당 기법은 학습자의 미습득된 개념을 식별하여 해당 부분의 복습이나 보충 콘텐츠로 직결시키는 선형적 적응 학습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습 자체를 ‘숙달도 확률’로 단순화하여 학습자의 인지적 맥락이나 질적인 사고 변화를 온전히 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학습에서는 유용한 방식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같은 방식으로 바라볼 수는 없는 이유다.
만약 오버레이 모델링처럼 답을 정해두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결국 모든 것이 ‘옳고 그름’이라는 이분법으로 귀결되고, 반드시 ‘잘못한 사람’이 생긴다. 하지만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개의 생각이 있고, 10개의 세상이 있기 마련이다. 같은 일을 겪더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과 기억은 다를 수 있다. 이것이 타인과의 소통이 본래 쉽지 않은 이유가 아닐까.
학교 현장에서도 어떤 일이 발생하면 해당 학생과 주변 학생, 담임 및 교과교사 등 여러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을 파악해야 비로소 한 사람의 목소리로는 보이지 않던 입체적인 진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누군가의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서 있는 자리와 경험에 따라 같은 상황도 달리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 무엇보다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상황은 학교폭력, 교권 침해와 같은 관계의 문제일 것이다. 얼마 전 박은선 변호사님의 법률 특강을 들으며 기억에 남는 말을 빌려보려 한다. 첫째,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안 속에 학교는 점차 사법화되어 가며 ‘응징’이 아닌 ‘교육’을 실현하려 해도 마땅한 대안이 없기에 대안이 없음을 직시하는 것 자체가 대안이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둘째, 교내에서 어떤 갈등이 생겼을 때 신고가 아닌 다른 선택지가 너무 적은 현실이 결국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상호 조율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우리 사회에 턱없이 부족함을 투영한다는 점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명백하게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법률적 잣대를 대서라도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 그러나 모든 갈등이 반드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후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관하여 학령기 청소년에게 과도한 민감성을 부여하는 행위는 교육 주체 모두가 필히 경계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훌륭한 파수꾼이 되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살다 보면 가해자 없는 피해자가 생기기도 하고, 잘못한 사람이 없어도 서운한 사람이 생길 수 있음을 알려주자. 그것이 세상을 단 하나의 정답판에 포개어 채점하는 오버레이 모델링의 시선을 넘어 타인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시작일 것이다.
김강현 울산온라인학교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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