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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단일기]셈여림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 신체적인 노화로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 힘이나 세력이 약한 집단, 즉 ‘약자’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추석을 맞아 광명역에 ‘디지털 노약자석’이 마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교단일기]셈여림

배상아 울산 복산초등학교 교사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 신체적인 노화로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 힘이나 세력이 약한 집단, 즉 ‘약자’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추석을 맞아 광명역에 ‘디지털 노약자석’이 마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존의 노약자석이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공간이라면, 이곳은 기차표 예매처럼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을 돕는 자리다. 주변의 젊은 승객이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에 다가가 어르신의 예매를 도와준다. 이는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으로, 빈 의자 2개만을 활용하여 사람이 사람을 돕는 체계를 만든 것이다.

어려서부터 자식의 시답잖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며 온 세상을 알려준 부모가 있다. 그들이 양말을 신겨줄 때부터 알아서 구두를 신을 때까지 여전히 자식이 넘어지진 않을까 위태롭게 바라보던 이들도 디지털 앞에서는 상대적 약자가 된다. 이렇게 물음표의 방향이 바뀌듯 약자와 강자의 위치는 변한다. 익숙하지 않은 일 앞에서는 우리 모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그래서인지 어린아이 시점으로 쓴 책이 좋다. <새의 선물> 의 열두 살 소녀 진희와 <자기 앞의 생>의 열네 살 소년 모모를 따라가다 보면 어른이나 사회의 중심에서 바라본 세계와는 다른 모습이 보인다. 작고 서툴다고 여겨지는 존재가 오히려 주변을 더 오래 바라보고, 다른 사람들이 지나친 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회가 정한 암묵적 통념에서 벗어나 때 묻지 않은 시선으로 사람과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그런가 하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는 무수한 이름표가 등장한다. 주인공 데이비드는 수많은 생물을 분류하고 이름 붙인다. 인간이 정한 기준에 따라 존재를 나누고 서열화하는 일은 누군가를 ‘부적합’한 존재로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약자는 정말 약해서 약자인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정한 기준에 의해 그렇게 불리고 있는 걸까. 주변으로부터 부적합하다고 판단 받은 저자의 큰언니는 모두의 기대와 달리 주체적이고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훗날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라고.

교육도 비슷하지 않을까. 아이에게 부족한 것을 찾아 고쳐주는 일만이 교육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결핍을 말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안전함, 누군가의 서툼을 모른척 해주는 배려까지 포함한다. 시간, 집단, 상황, 공간에 따라 개인의 위상은 변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누가 약자인지, 어떻게 강자가 되는지를 알려주는 것보다 누군가를 너무 쉽게 약자로 규정하지 않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붙은 이름표를 떼어낼 수 있는 용기까지. 강-약-중강-약. 우리의 삶에도 저마다의 셈여림이 있다. 그러니 누군가를 한 음으로만 부르지 않았으면 한다. 강한 사람도, 약한 사람도 아닌, 그 사이의 여러 박자를 가진 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배상아 울산 복산초등학교 교사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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