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반도체산단, 팹 4기+R&D·소부장·인재양성 기능 완비
완결형 산업생태계 조성 밑그림 착수…국가산단지정·지역 일자리 연결
12월15일까지 입지·인프라·기업유치 계획 마련…운영 인력 1만명 추산
2026년 08월 06일(목) 18:50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거론되는 광주 군공항과 인근 광산구 신야촌 마을 일대. <광주일보 자료사진>
전남광주시가 광주 군공항 부지를 단순한 반도체 생산시설 집적지가 아닌 연구개발(R&D)과 소재·부품·장비, 인재 양성 기능을 함께 갖춘 완결형 산업생태계로 조성하기 위한 밑그림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가 제시한 800조원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팹) 4기 건설 구상을 실제 국가산업단지 지정과 기업 투자, 지역 일자리로 연결하기 위한 첫 실행계획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3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광주테크노파크가 발주한 이번 용역의 완료 시기는 오는 12월15일이다.
이번 용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00조원씩 총 800조원을 투입해 팹 4기를 짓는 서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의 지역 실행계획을 처음 담아낸다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반도체특별법 시행에 맞춰 기업 입주 수요와 기반시설 공급 가능성, 재원 조달 계획 등을 구체화해 정부의 클러스터 지정 절차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과업지시서를 보면 이번 용역은 입지와 기반시설, 기업 유치, 조직, 재원, 고용효과를 수치로 제시하는 실행계획에 가깝다.
핵심중 하나는 군공항 부지가 반도체 팹 4기를 수용할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작업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전남광주시 광산구 신촌동 군공항 부지를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했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예비 사업시행자로 선정돼 9월 말 조사설계용역 낙찰자 확정, 10월 첫째 주 설계 착수라는 초고속 일정을 밟고 있다.
팹 4기 전체가 가동되는 2034년에는 6.3GW(원전 6기 설비 수준) 규모의 전력이 요구된다. 용수도 클러스터 전체로 하루 65만t이 필요한 만큼, 마스터플랜은 신장성·신광주변전소와 동복댐 등을 축으로 한 에너지·용수 공급 방안을 국가 전력수급기본계획·국가수도기본계획과 연계해 검증하는 작업까지 포함한다.
이를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국가수도기본계획 등 정부 상위 계획에 반영할 논리도 마련한다.
이번 용역에는 팹 자체 고용을 넘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와 연구개발(R&D) 기반까지 아우르는 산업 밑그림이 담긴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는 팹 1기당 직접 운영 2000~3000명, 소부장·협력사 3000명 이상을 가정해 용인 10기와 호남 4기 등 국내 클러스터에 필요한 직·간접 인력을 8만 5000명, R&D 수요를 합쳐 총 10만명으로 추산했다.
산업통상부가 제시한 서남권 클러스터 팹 직접 근무 인력만 3만명 규모여서, 광주 팹 4기 가동만으로도 직접 고용 3만명대에 소부장·협력사 인력이 얹혀지는 구조다.
팹 라인 자체가 자본집약형이라 취업유발계수가 생산 10억원당 2.4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 8.2명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만큼, 지역 고용 효과는 사실상 소부장 협력사가 몇 곳이나 동반 이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업계 공통된 진단이다.
이번 용역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광주테크노파크는 용역 수행 기관이 반도체 소부장 투자유치 타깃기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하고, 설비투자보조금·이전보조금·인력채용보조금·정착지원금을 신설하는 조례안 초안까지 만들도록 명시했다.
R&D 기반 구축도 별도 축으로 잡혔다. 용역은 지역 혁신기관의 인프라·R&D 업무 현황과 인력양성 실태를 종합 분석해 반도체 연구개발·시험평가·검증을 가로막는 규제를 발굴하고, 산업융합·정보통신 규제샌드박스와 규제자유특구,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소부장 특화단지를 연계한 특례 신청 항목을 도출하도록 했다.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에 1000평 규모의 실증 공정 라인 ‘트리니티 팹’을 2027년부터 개방하는 것처럼, 광주·전남에도 소부장 협력사의 양산 검증을 지원할 R&D 실증 기반을 어떻게 세울지가 마스터플랜의 승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재와 장비를 현장에서 공급하는 공장만 유치할 경우 핵심 기술과 고급 인력은 수도권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기업부설연구소와 공동연구센터, 시험·평가·인증시설, 양산 검증용 실증라인까지 함께 들어와야 연구원과 설계·공정 엔지니어 일자리가 지역에 축적된다. 정부도 기존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계획에서 소부장 양산 검증 테스트베드와 글로벌 장비기업 R&D센터 유치를 핵심 사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번 마스터플랜의 성패는 팹 4기를 언제 착공하고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어떻게 공급할지, 소부장 기업의 생산시설과 R&D 기능을 얼마나 지역에 붙잡아 둘지, 이를 지역 청년의 상시 일자리로 어떻게 연결할지를 숫자와 일정으로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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