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반도체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정병호 정치부 기자
2026년 08월 12일(수) 20:20
호남에 이처럼 굵직한 국가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몰린 적이 있었을까.
광주 군 공항 부지 826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 400조원, 도합 800조원을 투자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2029년 첫 팹 준공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29일 대통령이 직접 사업 확정을 발표한 뒤 국무회의가 준공 시점을 못박았고, 지난 10일에는 2차 민관 합동 점검회의도 열렸다. 착공을 향한 시간표가 이미 돌아가기 시작한 셈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켜보면 ‘단군 이래 최대의 기회’라는 다소 과장돼 보이는 표현도 마냥 허언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도 국가균형발전은 빠지지 않는 국정 과제였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겠다며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광역경제권 정책 등이 추진됐다.
지역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지역 산업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는 성격이 다르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공공기관 하나를 옮기는 수준이 아니다. 대규모 반도체 제조시설인 팹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개발(R&D), 인재 양성, 전력·용수·교통망까지 함께 구축하는 산업 생태계 프로젝트다.
제대로 안착한다면 호남의 산업 지도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광주 군공항 문제까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연계해 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군공항 기능을 다른 지역으로 임시 분산 배치해 산업단지 조성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까지 꺼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쉽게 손대지 못했던 숙제를 국가 산업정책과 묶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회가 곧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무엇보다 시간이 중요하다. 지금의 반도체 호황과 투자 사이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
산단 지정과 군공항 이전, 전력·용수 공급, 기업 투자 결정이 몇 년씩 늦어진다면 지금의 기회도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라 지역 정치권과 행정, 경제계가 한목소리로 속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마침 민주당 당권 경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 과정에서 후보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선거판으로 지나치게 끌어들이거나 서로의 ‘친명’을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모습은 썩 바람직하지 않다.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를 넘어 집권당이 안정적인 당정 관계를 구축하고 지역에 약속한 국가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밀어붙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호남에는 지금 흔치 않은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그 문이 언제까지 열려 있을지 알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후보를 위한 줄 세우기가 아니라 호남의 미래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 지역사회가 힘을 모으는 일이다.
호남이 받아든 기회를 실제 일자리와 산업으로 바꿔내는 것, 결국 승부는 속도에 달렸다.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