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치료가능사망자’ 특광역시 최다
섬 지역 공중보건의사, 정원도 못 채워
전문의 부족 수술 공백… 분만 인프라 열악
국립 인천대에 공공의대 설립 목소리도
인천해경이 팔미도 인근 해상에 있는 낚시 어선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제도 손질에 나서고 있다. 여러 섬과 접경지역이 위치한 인천의 경우 제 때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지만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정부 의료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섬·구도심에 집중된 의료 사각지대…치료가능사망률도 높아
‘골든 타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살릴 수 있었지만 사망한 환자를 나타내는 ‘치료가능사망자’는 전국 특·광역시 중 인천이 가장 많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천의 인구 10만명당 치료가능사망자는 46.81명으로, 2020년부터 5년간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았다. 구도심과 섬 지역의 치료가능사망률은 더욱 높았다. 2024년 당시 동구(현 제물포구)는 58.7명, 옹진군은 58.5명이었던 반면 연수구는 38.9명이었다.
인천 섬 지역은 대표적인 의료 취약지로 꼽힌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의료기관과의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기상 조건과 교통 인프라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의료서비스 접근이 크게 제한된다.
이러한 의료 취약지에서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수도 의정 갈등에 따른 의사 배출 감소와 긴 복무기간 등으로 인한 기피 현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연륙교가 없는 섬 지역 보건지소에는 공보의를 2명씩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허종식 의원이 보건복지부, 강화·옹진군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인천의 비연륙 도서 보건지소 9곳 중 옹진군 백령도와 북도에는 공보의가 1명씩만 배치돼 있었다. 공보의 1명이 휴가나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우거나 야간·휴일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대응할 인력도 대기 체계도 없이 각 보건지소가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화군 보건지소에 배치된 공보의도 지난 9월 말 기준 8명으로, 정원 17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들이 닥터헬기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섬 지역에서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내륙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인천은 2011년 전국 최초로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일몰 후에는 운항할 수 없다. 지난 9월 말 기준 올해 인천 닥터헬기는 총 111건의 출동 요청을 받았지만, 기상 악화와 일몰 임박, 의학적 요인 등을 이유로 54건은 출동이 기각되거나 중단됐다.
이 경우 소방 헬기나 군 헬기를 이용해 환자를 이송하거나 인천해양경찰서가 해경 함정으로 환자를 이송한다. 허종식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9월 인천해경이 관할 지역에서 이송을 맡은 44건 중 26건(59.1%)이 닥터헬기가 운항하지 않는 야간(오후 6시~오전 6시)에 발생했다. 서해 최북단인 백령도에서 선박으로 환자를 이송할 경우 신고부터 환자를 병원에 인계하기까지 6시간 이상 걸렸으며, 최대 9시간9분이 소요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28년까지 닥터헬기의 야간 운항이 가능하도록 기체와 장비를 보강하고, 야간 이착륙을 위한 조명시설과 이착륙장 등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AI(ChatGPT)를 활용해 제작.
■ 인력난에 수술·분만 공백…지역책임의료기관도 전문의 부족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고 골든타임 확보가 필수적인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정부가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지역필수의료법’이 내년 3월 시행되면서 인천의료원은 인천 중부지역 ‘지역책임의료기관’이 된다. 인천지역 필수의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인천의료원조차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허종식 의원이 인천시로부터 제출받은 ‘인천의료원 진료과별 현황’을 보면, 올해 8월 말 기준 인천의료원 본원의 20개 진료과 가운데 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비뇨의학과·영상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직업환경의학과·신경과 등 8개 진료과는 전문의가 1명뿐이었다.
이는 수술 공백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인천의료원이 진행한 수술 1천83건 중 위암·대장암·유방암 등 악성종양(암) 수술은 한 건도 없었다. 산부인과 수술은 4건이었으며 제왕절개 수술도 한 건도 없었다. 인천의료원의 수술은 대부분 백내장 수술과 인공관절 전치환술 등이었다.
분만 인프라도 줄어들었다. 2021년 40곳이었던 인천지역 분만의료기관은 지난해 30곳으로 4년 새 25%(10곳) 급감했다.
인천의료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경인일보DB
■ 지역의사제만으론 한계…공공의대 설립 목소리
정부는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의사제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사제는 의과대학 재학 중 등록금 등을 지원받는 대신 일정 기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2027학년도 서울권 대학을 제외한 전국 의과대학에서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총 490명을 선발했다.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가천대·인하대·아주대·성균관대·차의과대 등 5개 대학이 해당 전형을 운영한다.
지역의사제 도입만으로는 인천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7학년도 인천·경기지역의 지역의사제 전형 선발 인원은 24명으로, 전국 진료권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이에 인천 의료계에서는 지역에 필요한 의료인력을 장기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교육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거점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인천대에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인천 공공의대는 구도심과 도서지역 등 의료 취약지에 필요한 필수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동시에, 관문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감염병 대응 전문인력도 길러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해외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한 만큼 해외 유입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전문인력 확보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허종식 의원은 “강화, 옹진군은 행정구역상으로만 수도권에 해당할 뿐 섬과 접경지라는 지리적 특성 탓에 의료접근성이 취약하다”며 “권역별 공공의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천대 국립 공공의대 설립이 절실하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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