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CI. 고려아연
서울중앙지법 전경. 서울중앙지법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열린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에서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측이 고의적 허위 공시 여부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최윤범 회장 측이 올 4월 대규모 차입을 하는 과정에서 실제 대주단을 일부러 누락해 시장에 혼선을 줬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영풍·MBK 측이 최 회장, 고려아연, 피23파트너스 등을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심문을 진행했다. 피23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된 최 회장 측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올해 4월 최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해온 베인캐피털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5411억 원을 차입했다. 당시 최 회장과 일가친척 등 13인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이 대거 담보로 잡혔다.
이날 심문에서 영풍·MBK 측은 당시 최 회장이 주요 정보를 공시에서 고의적으로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피23파트너스 차입 거래의 실제 대주단·근질권자는 JB우리캐피탈·광주은행·전북은행·메리츠캐피탈·메리츠화재다. 하지만 최 회장은 최초 공시에서 차입처로 단순 주선금융기관인 메리츠증권만을 명시했다. 주식 담보 계약은 채무불이행 등 상황에 따라 주식 소유권이 이전될 수 있어, 근질권자 관련 정보는 투자 판단에 영향을 주는 핵심 내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근질권자 정보 누락이 시장과 주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직접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율이 낮지만 베인캐피털 등 다수의 기업·투자사가 백기사 역할을 해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계약의 근질권자들은 담보권 실행에 따라 고려아연 지분 다수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라며 “근질권자가 최 회장에 우호적인 기관인지의 여부가 향후 경영권 분쟁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대주단 관련 정보는 핵심 내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가는 경영권 분쟁 흐름에 따라 움직여왔다”며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고의적으로 누락했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최 회장 측은 최초 공시에서 담보로 제공된 주식과 콜옵션 등 차입 계약 관련 주요 사항을 모두 공개했다고 맞섰다. 복수 금융기관이 같은 조건으로 기업에 자금을 융자하는 ‘
신디케이트론’에서 대주단을 대표하는 주선기관만을 차입처로 명시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대주단의 면면은 담보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할 만한 중요 정보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자본시장법은 ‘중요한 사항에 관한 거짓 보고 또는 기재누락’을 하면 위반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풍·MBK는 다음 달 9일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고려아연 법인이 최 회장과 친인척 등 14인이 보유한 104만 545주(지분율 약 5%)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고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을 청구했다. 영풍·MBK 측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최 회장 측은 주요 안건의 표결 과정에서 의결권이 상당 부분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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