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오송 공장. [출처=에이프로젠]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가 계열회사를 동원해 수백억 원대 채무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계열사 빚 돌려막기'식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을 단행했다. 이번 발행으로 늘어나는 잠재적 신주 물량은 기존 주식 수와 맞먹는다.
이는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자체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전환사채 발행 대상과 돈을 빌렸던 곳 모두 회사의 계열사기 때문에 채권과 채무관계로 얽히면서 동반 부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금' 막히자 '주식'으로…돌려막는 유동성 위기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회사인 앱토크롬을 대상으로 508억원 규모의 제20회 무보증 CB 발행을 결정했다.
이번 CB 발행으로 회사로 유입되는 신규 현금은 단 한 푼도 없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이번 CB 납입 방식을 현금이 아닌 '앱토크롬의 대여금 채권으로 상계 납입'으로 지정했다.
공시 전문의 조달자금 구체적 사용 목적을 살펴보면 회사의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보여진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말부터 올해 5월까지 만기가 도래하거나 운영자금이 부족할 때마다 앱토크롬으로부터 총 9차례에 걸쳐 연 4.6%의 이자율로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120억원의 돈을 수시로 빌려왔다.
자체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사실상 힘들어지자 계열사를 마치 마이너스 통장처럼 활용하며 현금 돌려막기를 지속해 온 셈이다.
다만 현재 자금을 대준 앱토크롬 역시 지난해 5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재무 상태가 취약한 적자 기업이다. 앱토크롬도 대여금을 계속 연장해 주거나 추가 현금을 대줄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자 현금 상환 대신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주식을 새로 발행받는 구조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오송 공장 내부. [출처=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문제는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부실이 '그룹 동반 부실'의 악순환으로 변할수 있다는 점이다. 돈을 대준 앱토크롬은 적자 기업인데 회수해야 할 대여금을 주식으로 묶어버리면서 동반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유통 물량 삼키는 전환 청구…소액주주에 불리
이번에 발행되는 CB의 최초 전환가액은 주당 3778원으로 전환 시 발행되는 신주는 총 1344만6267주에 달한다. 이는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기존 주식 총수 대비 무려 93.30%에 해당하는 가공할 만한 물량이다. 현재 앱토크롬의 최대주주는 지분 52.28%를 가진 에이프로젠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미상환 사채 물량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점이다. 현재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미상환 주권 관련 사채(16회~19회) 잔액은 1280억원 규모다. 이번 CB 물량까지 합산하면 총 전환가능 주식 수는 3787만3359주로 증가한다. 이는 기발행주식 총수의 262.78%에 달한다.
전환청구 기간이 도래하면 무더기 신주가 시장에 쏟아질 수 있어 주가 폭락을 유발하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리스크가 극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면 최저 조정가액(2645원)까지 가액을 낮춰 채권자의 주식 수를 늘려주는 하향 리픽싱뿐만 아니라 주가가 상승하면 전환가액을 다시 상향 조정하는 조건도 존재한다. 어느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이든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조건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의 대여금 채권을 주식과 상계 처리하는 방식은 당장 부채 비율을 낮추는 효과는 낼 수 있겠지만 회사로 유입되는 실질적인 현금이 없어 근본적인 유동성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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