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조세론에 램지 규칙이라는 것이 있다. 과세로 인한 행동 변화가 작은, 즉 탄력성이 낮은 곳에 상대적으로 더 과세해야 자원 배분의 왜곡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관점에서 주식과 부동산을 놓고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금융자산은 빠르게 이동하지만 토지는 움직일 수 없다. 부동산, 특히 토지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지대에 과세할 근거가 강한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 희소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형평성 역시 중요한 기준이다. 수평적 형평성은 경제적 능력이 비슷하면 세부담도 비슷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동일한 수준의 자본이득임에도 자산의 종류나 보유 형태에 따라 세부담이 크게 달라지면 조세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반면 다주택 중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정된 주거자원을 여러 채 보유하는 데 어느 정도의 추가 부담을 지울 것인지는 수직적 형평성과 자원 배분에 관한 사회적 선택의 영역이다.
양도차익 과세에는 또 하나의 오래된 문제가 있다. 물가와 보유기간이다. 1년에 1억원을 번 사람과 10년에 걸쳐 매년 1000만원씩 가치가 오른 자산을 10년째 한꺼번에 팔아 1억원의 이익을 실현한 사람을 누진세제가 똑같이 취급하면 후자가 불리하다. 이를 결집효과라 한다.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다. 이익을 보유연수로 나눠 세금을 계산한 뒤 다시 보유연수를 곱하는 소득평준화 방식이 있고, 물가상승과 장기보유를 고려해 공제를 주는 방식이 있다. 국가마다 서로 다른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후자에 가깝다. 일반 부동산의 경우 1년에 2%씩 15년 동안 장기보유에 대해 최고 30%까지 공제한다. 이 30%에는 장기간 누적된 물가상승과 결집효과를 완화한다는 경제적 이유가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결국 조세지출이다. 세금을 덜 받는 방식의 보조금인 셈이다. 보조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줄 것인지는 정책 판단의 문제이다.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이 보유보다 거주를 중심에 놓은 것은 방향 면에서 의미가 있다. 선진국에서도 단순히 1주택을 보유했다는 사실보다 실제 거주하는 주택에 더 큰 세제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다. 주거의 안정성을 높이고 가계가 장기간에 걸쳐 자산을 형성할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안 역시 이러한 방향에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개편하고, 종부세 기본공제를 거주 1주택은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반면 비거주 1주택은 9억원으로 낮추려 한다.
그러나 방향이 맞다고 모든 세부안을 지킬 필요는 없다. 국민의 수용성에 맞춰 적절히 물러나도 좋다. 먼저 비거주 1주택의 장기보유 공제를 사실상 없애는 것은 과하다. 최소 30%의 기본공제는 남겨야 한다. 여기에 주택을 임대시장에 공급한 편익을 인정해 최소한 연 3%씩 10년, 최대 30%의 추가 공제를 주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보유 및 거주 관련 공제를 합쳐 전체 한도는 80%로 묶으면 된다.
거주 간주기간에 붙은 1년 거주 요건도 없애거나 크게 완화하고 사유도 좀 더 폭넓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사가 많은 나라다. 2025년 국내 이동률은 12.0%였고, 2026년 상반기에만 324만5000명이 읍면동 경계를 넘어 주소를 옮겼다. 미국의 이동률 7.4%, 일본의 3.9%보다 높다. 결혼, 출산, 직장, 자녀 교육, 부모 돌봄 때문에 이사는 집을 산 시점과 무관하게 찾아온다.
가격 기준도 조금 더 여유 있게 손볼 수 있다. 거주 1주택 종부세 기본공제를 14억원으로 올리는 데 그치지 말고 17억원 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비거주 1주택도 현행 12억원을 9억원으로 낮추기보다 12억원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
정부는 큰 폭의 세수 증가를 전망하며 미래대응기금까지 논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세제를 증세 일변도로 밀어붙이면 국민의 수용성을 얻기 어렵다. 올리는 곳이 있다면 내리는 곳도 있어야 한다. 거주 중심이라는 큰 원칙은 가져가되, 이동이 잦은 국민에게 억울함을 만드는 조항은 걷어내고 전체적으로는 세수중립에 가깝게 설계해야 한다.
세제개혁은 정해놓은 숫자를 끝까지 고수하는 일이 아니다. 무엇을 과세하고 무엇을 우대할 것인지 원칙을 세우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은 그 원칙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거주 중심으로 세제를 전환하는 방향은 타당하다. 다만 정상적인 주거 이동이나 임대주택 공급에 기여한 장기보유까지 과도하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모든 조세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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