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만동묘’ 임진왜란 명나라 도움 기억
1950년 인천상륙작전 한강의 기적 만들어
美 병력지원 요청 李 거절, 한미동맹 주목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구곡의 만동묘는 임진왜란(1592∼1598) 때 조선을 도와준 명나라 만력제(신종)와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의종)를 기리고자 세운 사당으로 사적 417호이다. 송시열(1607∼1689)이 사사(賜死)될 지경에 처하자, 제자 권상하에게 만력제와 숭정제의 사당을 세워 제사를 지낼 것을 당부했다. 권상하는 인근 유생들의 협조로 1703년(숙종 29)에 화양서원 내에 사당(만동묘)을 지어 이듬해(1704)부터 제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명(明)나라 멸망 60년 후의 일이다.
같은 해에 조정에서도 창덕궁 금원(禁苑) 옆에 사방 7.5m, 높이 1.5m의 대보단(大報壇)을 설치하고 숙종이 직접 만력제의 제사를 모셨다. 병자호란(1636) 이후 조선이 청나라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멸망한 명나라를 흠모했던 것이다. 영조 때부터는 명 태조부터 마지막 왕 의종까지 함께 제사를 지냈다. 매년 2월에 임금이 친히 제사를 주관했는데 갑오개혁(1894) 때까지 계속되었다. 재조지은(再造之恩), 즉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운 은혜’가 명분이다. 1592년 6월 선조가 의주로 피난하는 등 조선의 운명이 경각이던 그해 12월 명(明)의 이여송 장군이 지휘하는 군사 5만여 명이 왜군에 포위된 평양성을 구출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는 조선에 14만∼21만여 명의 병력과 군량미 등을 지원했다. 명군의 참전은 조선군의 사기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의리(義理)는 인간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를 뜻하는 유교의 핵심 교리로 맹자는 공자 사상의 중심 개념인 인(仁) 만큼이나 의(義)를 중요시했다. 인이 인간의 내면적 바탕이라면 의는 인간의 외형적 행위 규범이며, 인과 의는 도덕적 인격성의 표리로서 서로 조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자신들을 명나라 다음의 문명인으로 자부하는 소중화(小中華)주의자들이었다.
300여 년만에 재조지은이 소환되었다. 미국 정부가 미·이란전쟁에 한국군의 파병을 요청한 것이 발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이란전 개시 보름만인 지난 3월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의 함정 파견요청을 언급했다. 이후부터 미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한국 정부에 병력 파견과 군수물자 지원을 요청했는데 지난 9월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관여·개입하는 (한국군의) 파병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1950년 6월25일 북한군의 기습남침 한 달만에 국군 방어선이 낙동강까지 밀려 대한민국은 풍전등화였으나 그해 9월15일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의 인천상륙작전으로 기사회생했다. 미국은 6·25전쟁에 18만여 명의 미군을 파견했는데 3만6천여 명이 전투 중에 사망했다. 또한 미국은 1953년 휴전 이후부터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한국에 안보 우산 제공과 함께 유형, 무형의 막대한 자산 지원을 통해 한강의 기적에 크게 기여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독립한 수많은 최빈국 중에서 선진국으로 거듭난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정부의 배은망덕(?)에 예측 불가 성정의 트럼프 대통령이 어찌 대응할지.
근래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도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인 2017년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며 글로벌 무역전쟁을 선언하고 작년에는 재선과 함께 파리기후협정도 탈퇴했다. 올해 1월에는 재정부담을 줄인다며 유네스코(UNESCO), 세계보건기구(WHO) 등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해 유엔을 무력화했다.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바마 정부 때부터 변화 조짐을 보이더니 트럼프 1기와 바이든 정부에서 구체화되어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아메리카 퍼스트’가 완성됐다.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의 부상과 함께 국제정치 및 경제가 불투명해지면서 자국 이익 우선의 글로벌 합종연횡이 탄력받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하순 유엔총회 개막 연설에서 세계질서가 미국 중심의 ‘1극화’에서 ‘다극화’로 이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한미동맹이 주목된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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