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경상시론]문제는 청년 일자리 뺏는 AI인가, 준비되지 않은 사회인가

바로 'AI'다. 그리고 그 뒤에는 늘 비슷한 문장이 따라붙는다. "이제 일자리는 다 AI가 하는 거 아닌가요?" 이 질문에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이 깊게 담겨 있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거나 막 사회에...

[경상시론]문제는 청년 일자리 뺏는 AI인가, 준비되지 않은 사회인가

단순 지식 축적 경쟁력 떨어져

실질적인 역량 중심 교육 통해

AI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워야

▲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형교육협회

요즘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AI’다. 그리고 그 뒤에는 늘 비슷한 문장이 따라붙는다. “이제 일자리는 다 AI가 하는 거 아닌가요?” 이 질문에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이 깊게 담겨 있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거나 막 사회에 진입한 청년들에게 AI는 기회가 아니라 위협으로 먼저 인식된다.

실제로 변화의 속도는 놀랍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이 하던 업무들이 이제는 알고리즘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고객 상담은 챗봇이 대신하고, 보고서는 생성형 AI가 초안을 만든다. 디자인, 번역, 코딩까지 AI가 수행하는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높일 수 있는 선택이기에, 이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누구에게’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치느냐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계층은 경험이 적은 청년층이다. 기업은 같은 비용이라면 AI를 활용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한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로 대체되고, 남은 자리에는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숙련된 인재가 요구된다. 결과적으로 청년들은 “경험이 없어서 취업이 어렵고, 취업이 안 되니 경험을 쌓을 수 없는” 구조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정말 AI가 청년의 일자리를 ‘뺏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 청년을 준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재의 교육과 취업 시스템은 여전히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단순 지식의 축적은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 검색과 정리는 이미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시험과 스펙 중심의 기준으로 청년을 평가하고, 기업 역시 형식적인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화는 산업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지만, 교육과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이다.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도구이기도 하다. 문제는 AI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의 유무다. 같은 도구를 가지고도 어떤 사람은 대체되고, 어떤 사람은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낸다. 결국 격차는 기술이 아니라 ‘사용 능력’에서 발생한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스펙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방식이다. 첫째, AI를 경쟁자가 아닌 협업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 둘째,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AI는 답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어떤 질문을 던질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셋째, 경험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반드시 기업에 소속되지 않더라도, 프로젝트 단위의 실험과 실행을 통해 충분히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업과 사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단순히 “AI 시대니까 알아서 준비하라”는 식의 접근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육 과정은 보다 실질적인 역량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기업은 신입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경험이 없는 청년을 배제하는 구조는 결국 미래의 인재 풀을 스스로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AI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 흐름을 멈출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변화에 밀려날 것인가, 아니면 그 변화를 활용할 것인가. 청년 일자리를 뺏는 것은 AI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변화에 맞게 사람을 준비시키지 못한 사회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AI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AI 시대에 맞는 사람을 키우고 있는가”로.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뀌지 않는 한, 청년의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형교육협회

경상일보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