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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상시론]AI는 질문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며 창작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과거 숙련된 전문가가 수개월에 걸쳐 작업해야 했던 3D 모델링, 랜더링과 같은 고난도 공정들이 이제 AI의 보조를 통해 단 몇 시간, 혹은 몇 분 만에...

[경상시론]AI는 질문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세상 향한 질문은 인간의 영역

비판적 사고력·안목 키우기가

미래 콘텐츠 교육의 핵심 돼야

▲ 김지수 울산과학대학교 영상콘텐츠디자인과 교수

최근 몇 년 사이 콘텐츠 산업 현장은 그야말로 ‘격변’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한 변화를 겪고 있다. 텍스트 몇 줄로 고해상도 이미지를 생성하는 나노바나나(Nano Banana)를 넘어, 이제는 텍스트를 정교한 영상으로 구현하는 시댄스(SeeDance)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며 창작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과거 숙련된 전문가가 수개월에 걸쳐 작업해야 했던 3D 모델링, 랜더링과 같은 고난도 공정들이 이제 AI의 보조를 통해 단 몇 시간, 혹은 몇 분 만에 완성되기도 한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필자는 이 경이로운 기술적 진보를 목격하며 환희와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제 더 이상 학생들에게 ‘어떻게 툴(Tool)을 잘 다루는가’만을 가르치는 교육은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AI가 기술적 숙련도를 대신해 주는 시대, 우리는 미래의 크리에이터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그 해답의 본질은 결국 ‘질문하는 힘’에 있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이 요구하는 정답에 가까운 결과물을 내놓는 데 탁월하다. 하지만 AI는 스스로 ‘왜 이것을 만들어야 하는가’ 혹은 ‘이 결과물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고 묻지 않는다. AI에게 내리는 명령어를 뜻하는 ‘프롬프트(Prompt)’는 사실 크리에이터가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자 철학의 투영이다. 따라서 미래의 콘텐츠 교육은 ‘툴 활용법’이라는 기능적 차원을 넘어, 인문학적 소양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생들이 AI라는 강력한 붓을 들었을 때, 그 붓으로 어떤 세상을 그릴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의 변화는 특히 울산과 같은 산업 도시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필자는 앞선 칼럼들에서 울산이 제조 중심의 하드웨어를 넘어 콘텐츠라는 소프트웨어로 확장해야 함을 강조해 왔다. 이때 AI는 울산의 크리에이터들이 지역적·인적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울산의 주력 산업인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현장을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이나 산업용 VR/AR 콘텐츠 제작에 AI를 도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과거라면 수십 명의 인력이 필요했던 방대한 데이터 시각화 작업을 소수의 정예 크리에이터가 AI와 협업하여 완수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AI를 다루는 손가락이 아니라, 울산의 산업 현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 안에 어떤 ‘지능형 시나리오’를 입힐 것인지 고민하는 기획자의 머리다. 제조업 현장의 안전을 지키는 콘텐츠, 물리치료의 효율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 등 울산이 가진 실질적인 문제들을 콘텐츠로 해결하려는 시도 속에서 AI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교육 현장은 우리 학생들이 이러한 지역적 특수성을 이해하고, AI에게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한 공정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하면 노동의 가치를 디지털로 보존할 수 있을까?”와 같은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물론 AI의 급격한 확산에 따른 저작권 문제나 인간 소외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역사는 늘 도구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영역을 재정의해 왔다. 사진기가 등장했을 때 화가들이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예술의 장이 열렸듯, AI 시대의 크리에이터들 역시 기술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장악하며 새로운 창의성을 꽃피울 것이다.

울산의 교육 기관들과 지자체는 지금 이 시점에서 교육의 본질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고가의 장비를 갖춘 실습실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질문하며 실패할 수 있는 ‘창의적 놀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AI라는 파도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파도를 타고 먼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항해술, 즉 ‘질문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울산 콘텐츠 산업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길이다.

AI는 결코 질문하는 법을 스스로 가르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인간만이, 그리고 그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한 영역이다. 울산에서 자라나는 미래의 크리에이터들이 AI가 내놓는 정답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자신만의 날카롭고 따뜻한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지수 울산과학대학교 영상콘텐츠디자인과 교수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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