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
‘신이 엊그제 본 바로는 성상께서 일을 처리하시는 사이에 더러 한두 차례 조섭을 잃은 적이 있었습니다. 옥당의 차자에 지나침이 있더라도 성상의 넓은 도량으로 의당 이를 포용해야 할 것인데, 마음을 공평히 가지거나 사리가 어떤가를 살펴보지 못하고 노기 찬 모습으로 정사를 말하는 몇몇 신하들과 승부나 겨루는 것처럼 하셨으니 밝으신 성심에 누가 되지 않겠습니까? 평소 사무를 처리할 때 충격으로 심기가 동요하면 허화가 올라 사려가 어지러워지며 경계의 증세가 따릅니다. 이러면 비록 좋은 약이 있어도 쉽게 효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주자의 말씀에 “병중에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오로지 마음을 안정하고 기운을 기르는 데에만 힘써야 한다.”고 하였으니, 병을 치료하는 요법은 조리가 으뜸이고 약물은 그 다음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인조 11년 2월 기사에 실린 예조 참의 이준의 상소문 일부다. 정묘호란이 발생한 지 6년 정도 지난 시점으로 병자호란 발발 전이다. 인조는 반정을 통해 광해군을 몰아내고, 광해군과 북인에 의해 더욱 피폐해진 조선을 바로 세우려 노력했다. 왕조 국가에서 반정은 목숨을 건 일이며 이후 이괄의 난과 정묘호란 등을 겪으며 인조의 심기는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지존이 된 인조는 경계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경계증은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며 편안하지 않거나 두려워하는 것으로 신명이 억눌려 생긴 증상이다. 크게 놀라거나 물을 많이 마시거나 혈이 허하거나 담음이 있어도 생긴다. 심기가 허하거나 울체되어도 생기며 화나 열이 많아도 생긴다. 생각이 많으면 정신을 상하여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어두우며 숨이 차고 경계 번열이 생긴다.
아이나 학생이 잘 놀라고 무서움이 많으며 마음이 불안하여 경계 증상을 보이는 것은 심담이 허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며 두려운 마음이 들어 책을 읽기 어려워하는 학생은 신기가 부족한 것이다. 갑자기 숨이 차고 마음이 불안하여 공황 장애 증상이 생기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은 음허화동이 원인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 초조하며 항상 몸살기를 달고 사는 이는 기가 울체되어 생긴 것이다. 좌불안석하는 증상이 밤에 더욱 심해지고 잠을 잘 수 없는 것은 신경정신과 약물의 후유증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얼굴이 하얗고 마른 체형의 20대 여성이 마음이 항상 불안 초조하고 잘 놀라는 증상이 있었다. 손발이 매우 차고 근시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고 월경은 매월 두세 번 불규칙적으로 하고 있었다. 붕루로 인해 기혈이 손상되어 생긴 것이다. 얼굴이 누렇게 뜬 30대 여성이 불안 초조한 증상이 있었다. 가슴은 항상 답답하고 두통이 자주 있으며 심하게 어지럽고 변비가 있다. 목덜미가 항상 뻣뻣하고 목에 가래가 걸린 듯 답답하고 복부에는 덩어리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이는 담음으로 인해 생긴 것이다. 경계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하나 한의사의 진료로 근본 원인을 진단한 후 침 뜸 한약을 체질과 병증에 맞게 처치하면 쉽게 치료된다.
인조는 가장 못난 인군으로 매도되나 같은 주권자인 우리는 인조 정도의 역량이라도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창석 이준 선생은 임진왜란과 정묘호란이 발발하자 의병을 모집하여 국난을 극복하는데 일조했다. 동인이었지만 서인이 주도하는 조정에서 위와 같이 지존의 잘못을 간언하는 상소를 여러 차례 올렸다. 조선의 선비는 재야에서는 학문을 정진하고 후학을 양성하며, 관직에 나아가면 왕도정치를 구현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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