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확전 국면 속 반도체주 호실적 전망에도 하락…사면초가 위기 속 5000선 위협
31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224.84포인트(4.26%) 내린 5052.46에 장을 마치며 지난 26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
[포인트데일리 방영석 기자] 코스피가 31일 이란 사태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나흘째 내려 5050대로 밀려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24.84포인트(4.26%) 내린 5052.46에 장을 마치며 지난 26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수는 전장보다 133.55포인트(2.53%) 내린 5143.75로 출발해 낙폭을 키워 장 초반 5000선을 위협받았으나, 장중 하락폭을 줄여 520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장 후반 다시 낙폭을 늘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란과의 전쟁이 확전 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코스피 '불장'의 원동력인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까지 고개를 들며 한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이란 사태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 장중 6347.41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전쟁 영향이 처음 국내에 반영된 이달 3일과 4일 7.24%와 12.06%씩 급락해 한때 5059.45까지 내리꽂혔다.
이후에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란 기대가 고개를 들면서 같은 달 18일 장중 5934.35까지 상승, 낙폭을 거의 회복하는 듯했으나, 지난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또다시 심리적 저항선인 5000선을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특히 현재의 약세는 이란 사태와 관련한 불확실성에 더해 그간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 돼 온 반도체 대형주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함께 작용한 측면이 크다.
본격적인 시발점이 된 건 미국 인터넷 기업 구글이 지난주 공개한 새로운 인공지능(AI) 압축 알고리즘 '터보퀀트'였다.
터보퀀트는 AI 모델이 동일한 메모리로 최대 6배 많은 용량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인 까닭에 이는 국내외 반도체 업종에 강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AI 모델 효율성이 대폭 개선되면 관련 산업 발전이 빨라져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메모리 수요가 더 커질 것이란 전문가 진단에 힘입어 반도체주 주가는 차츰 안정을 되찾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D램 현물가격 하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가적인 충격에 노출됐다.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8424억원을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3월 한 달 동안 19조481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이날 2조4322억원과 1조288억원을 순매수했고,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속한 전기·전자업종(개인 2조2850억원, 기관 4268억원)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전기·전자 업종에서 3조849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삼성전자(-5.16%)가 급락해 '16만전자'로 밀려났으며 SK하이닉스(-7.56%)도 80만원대로 내려섰다.
현대차(-5.11%)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에 하락해 시가총액 4위로 밀려났으며, LG에너지솔루션(-3.78%), 삼성바이오로직스(-1.70%), 한화에어로스페이스(-4.51%) 등도 줄줄이 내렸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54.66포인트(4.94%) 내린 1052.3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7.97포인트(0.72%) 하락한 1099.08로 출발한 뒤 장중 1100선 목전까지 하락폭을 줄였으나 장 후반 다시 낙폭을 늘렸다.
코스닥시장에서 기관이 686억원 순매도했으며,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498억원, 1129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전날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삼천당제약(-29.98%)이 폭락해 하한가에서 장을 마치며 '황제주' 지위를 반납했다.
에코프로(-4.91%), 에코프로비엠(-5.55%), 알테오젠(-3.67%), 레인보우로보틱스(-3.16%) 등도 내렸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4.4원 오른 1530.1원을 나타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9일(1549.0원)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DRAM 현물 가격이 하락하는 등 반도체 칩 상승 지속 여부가 불안을 준 가운데 분기 말 리밸런싱 이슈도 부담이 됐다. 여기에 최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올해 글로벌 PC 및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 -9.2%에서 -14.8%로 크게 하향 조정한 점도 부담이 됐다"고 진단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의 증시 방향성은 미국 지상군 실제 투입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휴전시 V자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반도체주 급락을 초래했던 터보퀀트 사태 여진의 진정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며 "주중 터보퀀트의 긍정적인 내러티브와 부정적인 내러티브 간 공방전이 되겠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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