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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건강한 아이 낳고 싶은데…가임기 희귀질환자들 "유전상담 제도화 절실...

위해 네이버 블로그에 임신 준비 일기를 쓰게 됐고 이를 계기로 가임기 희귀질환자·배우자 모임 '리본'이 결성됐다고 했다. 네이버 블로그 '임신 준비 일기' 인연이 카카오톡·네이버 라인 'PGT-M(PGT for Monogenic disorder, 단일...

건강한 아이 낳고 싶은데…가임기 희귀질환자들 "유전상담 제도화 절실...

[페이션트 스토리] 가임기 희귀질환자 모임 '리본' 최수현 대표

인구절벽은 이미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구절벽 벼랑에 선 우리나라는 적극적인 출산장려정책이 필요하고, 실제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출산장려정책에 사각지대가 없는 게 아니다. 국내 약 8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희귀질환자들, 그 가족까지 합치면 20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결코 적지 않은 국민이 희귀질환을 대물림하지 않고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첫 단추 '유전상담'부터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아 임신·출산을 포기하는 게 인구절벽을 마주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140명 가량의 가임기 희귀질환자·배우자 모임 '리본(Re:born)'을 이끄는 최수현 대표(34세)도 색소실조증 유전자와, 용혈성 빈혈 유전자를 아이에게 넘겨주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나게 하기 위해 2024년 2월 첫 발을 내디딘 '임신·출산 여정'에서 가장 힘든 일은 "유전상담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었다. 사실 최수현 대표는 유전상담사를 보유한 국내 몇 되지 않은 의료기관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에서 그 여정을 시작하면서 유전사검사 뒤 유전상담을 받기는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고작 5분에 불과했고, 때문에 여전히 많은 의문이 그녀의 머리를 채우고 있다.

리본(Re:born) 최수현 대표

그래도 이 과정을 통해 그녀는 건강한 아이를 낳는 확실한 방법을 알게 됐다. 수정된 배아에 착상 전 유전진단(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PGT) 검사를 해서 건강한 배아인지를 확인한 뒤 시험관임신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많은 희귀질환자와 가족이 이같은 방법을 알지 못해 임신·출산을 포기한다. 최수현 대표는 "희귀질환 콘텐츠 등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이같은 과정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희귀난치질환을 앓으니 우리는 임신을 포기했다'는 등의 글이 적혀있다"며 "정보 부족으로 이 과정을 모르고 임신·출산을 포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전상담이 제도화돼 있지 않은 현재, 가임기 희귀질환 환자·배우자가 용기를 내 건강한 임신·출산에 대한 상담을 위해 찾는 곳이 산부인과인데, 이때 그들이 의료진에게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자연임신 뒤 검사를 통해 '선택유산'을 하라"는 것이다. 최 대표는 "선택유산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PGT 검사를 통해 임신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면 더 희망적으로 희귀질환자·배우자가 임신·출산을 생각할 수 있다"며 이런 방법을 알리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에 임신 준비 일기를 쓰게 됐고 이를 계기로 가임기 희귀질환자·배우자 모임 '리본'이 결성됐다고 했다.

네이버 블로그 '임신 준비 일기' 인연이 카카오톡·네이버 라인 'PGT-M(PGT for Monogenic disorder, 단일 유전자 이상 착상 전 유전자검사)' 공간으로 이어져 가임기 희귀질환자·배우자들이 소통하는 하나의 모임이 됐고, 그 규모가 점차 커져 올해 2월에는 공식 모임이름도 생겼다. '리본'이라는 이름을 정한 최수현 대표는 곧 리본 홈페이지도 정식 오픈해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희귀질환 환자·배우자들이 정보를 나누고 소통하며 희귀질환이라는 이유로 임신·출산을 포기하지 않는 국내 환경을 만들기 위해 행동해 나갈 의지를 내비쳤다.

그렇다면 리본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을까? 최 대표는 "많은 희귀난치질환이 집 안에서 대물림되기 때문에 리본에 '부모와 집안이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사실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고통을 수반하는 '힘든 여정'이다. 실제 희귀질환자·배우자가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 겪는 여정도 그만큼 쉽지 않다. 과배란을 유도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난자를 얻어 정자와 수정시키고, 이를 통해 배아가 만들어지면 다시 배아가 정상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엄마 뱃속 넣어야 하고, 착상이 잘 됐어도 뱃속에서 열 달을 잘 키워내야 한다.

그 과정에 '유전상담의 부재'만 희귀질환자·배우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정상 배아를 얻기까지 전 과정이 도전이다. 과배란 유도 과정을 3차까지 진행한 최수현 대표는 유전자검사 프로그램이 병원마다 달라 서울아산병원에서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 난임센터로 옮겨야 했고,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 난임센터에서 그녀에 맞춘 유전자키트를 제작하는 데까지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해서 결국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함춘여성의원에서 임신 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느라 '임신 준비 세팅'에만 1년 6개월이 걸렸다고.

더구나 서울 외 지역에 사는 가임기 희귀질환자·배우자들은 PGT 과정의 임신이 더  어렵다. PGT 과정으로 희귀질환자·배우자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국내 의료기관이 3개 병원과 더불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대구차여성의원 등 단 6곳뿐인 까닭이다. PGT 과정을 진행하는 의료기관은 적고 그나마 대구차여성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서울에 몰려 있는 데다 유전자검사프로그램이 병원마다 달라 희귀질환자에 따라 병원을 옮겨야 하는 탓에 병원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에서 PGT 과정을 밟는 것이 지역 희귀질환자·배우자들에겐 더 쉽지 않은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희귀질환을 초래할 수 있는 유전자를 배제한 '건강한 배아'를 얻는 것도 희귀질환자·배우자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 최 대표는 "2차 진행으로 얻은 배아는 유전율이 80%가 나왔다. 생각보다 높은 유전율에 장기전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면서도 이 과정을 통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는 희망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또 그간 그녀가 임신 준비 일기를 쓰고 카카오톡과 네이버 라인으로 희귀질환자·배우자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긍정적으로 변화된 게 있다고 한다. 최근 희귀질환자·배우자들의 임신 준비 세팅 기간이 평균 6개월로 크게 준 것이다.

최수현 대표는 "2년 전만해도 유전자검사를 한 뒤 PGT-M을 하는 병원을 찾는 정보가 굉장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임신 준비 세팅 기간만 1년 반 정도가 걸렸는데, 직접 찾아보고 부딪혀보고 상담 뒤 거절당하는 과정을 거치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어디서, 어떻게 검사를 하고 진료를 보는 것이 가능한 지에 대한 정보들이 공유돼 최근엔 임신 준비 세팅 기간이 크게 줄었다. 대표적으로 PGT-M 과정을 거치려면 부모의 유전자검사가 같이 필요한데, 이런 것을 몰라 시간을 썼던 것이 지금은 가족이 한꺼번에 유전자검사를 하게 되면서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희귀질환자·배우자들이 리본을 통해 정보를 나누고 서로를 지지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최 대표는 그간 알게 됐다. 희귀질환은 종류가 많은 데다, 각 희귀질환의 원인 유전자 별로 특성이 달라 내 유전자 문제가 타인의 유전자 문제와 같을 수 없고 유전자의 유전 방식도 내 유전자와 타인의 유전자가 다른 까닭에 정확한 정보 없이 소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를 느끼는 까닭이다. 때문에 희귀질환자·배우자들의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으로 최 대표는 의료기관 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유전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국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최수현 대표는 "서울아산병원 유전상담사에게 설명을 듣는 잠깐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기에 국내 부재한 유전상담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며 "내가 앓는 희귀질환에 대해 아는 것만이 아니라 배아에 대한 유전자검사 결과에 대한 이해도 이 과정에서 필요한데, 지금은 제대로 상담이 안 돼 '그냥' 진행하다보니 내가 앓는 희귀질환에 이환되지 않은 배아가 몇 개 있느냐로만 귀결이 돼 사실 막막하다. 정말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유전상담을 받고 싶은 순간들이 있는 까닭에 필수적으로 유전상담사가 존재해야 한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얘기한다"고 했다.

가임기 희귀질환자·배우자들이 유전상담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희귀질환자·배우자들이 문제가 되는 유전자의 특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임신·출산을 포기하는 일을 줄일 수 있고, 임신 진행 상황과 관련 의료기관에 대해 믿음과 신뢰도가 높아져 임신·출산을 중도 포기하는 일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희귀질환자·배우자들이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한 과정에 대한 경제적 지원의 필요성도 최 대표는 역설했다. 아픈 아이가 태어나 사회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을 고려해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게 하는데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수현 대표는 "희귀질환자 산정특례에 임신 과정이 커버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물론 국가에서 시험관임신 등에 대해 지원해주는 것을 우리도 똑같이 받지만 과배란 약과 난자 채취 과정에 지원금이 다 쓰여 PGT 비용은 모두 자부담을 할 수밖에 없다"며 "3차 과배란까지 진행하는 과정에 2,000만원의 비용이 별도로 들었는데, 이 과정이 장기전이 될 수 있어서 부담이 있다. 아파서 태어난 아이에게 사회적 비용을 치르기 보다 건강하게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 정책을 국가에서 보강해주면 저출산문제도 많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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