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3월 정기주주총회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다. 3월 하순에 집중된 올해 정기 주총은 3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이 실제 기업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회가 '거수기'에서 벗어나 특정 지배주주가 아닌 모든 주주를 위한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구로 바뀌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상법 개정안은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감사위원 선임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과 9월부터 적용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2인 분리 선출 등을 통해 소수 주주가 선호하는 인사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진입할 통로를 넓혔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번 주(16~22일) 코스피 102개사, 코스닥 107개사, 코넥스 2개사 등 모두 211개사가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다음 주도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24일) 등 굵직한 정기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재계도 이번 3월 정기 주총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코스피 6000시대 개막으로 경제활동 인구의 절반 이상이 주식투자를 발을 담그며 기업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 변화와 정부 및 여당의 자본 선진화를 향한 분명하고 확고한 의지 등이 맞물리며 과거와 같은 '거수기 역할'은 기업가치와 신뢰를 훼손하는 자충수가 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 주총을 임하는 자세가 확연하게 달라졌다"며 "주주제안을 심도있게 고민하는 동시에 주주가치 강화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간 연합 움직임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LG화학은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의 주주제안을 전부 의안에 올리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방어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들은 이른바 '방패 3종 세트'로 불리는 이사 임기 연장, 이사 수 축소, 감사위원 증원 카드로 경영권 방어에 진심이다.
대표적으로 이사 임기 연장 카드를 꺼낸 한화그룹 상장 계열사들은 이사 임기를 기존 '2년 이내'에서 '3년'이나 '3년 이내'로 확대하는 정관 개정안을 상정했고, 일부 계열사는 이사 정원도 대폭 줄였다. 이사 수 축소도 또다른 방편이다. 효성그룹 계열사들은 이사 수를 16명 이내에서 7~9명으로 축소했다. 에코프로와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도 이사 수 상한을 새로 7명으로 설정했고, 삼성물산과 삼성E&A는 사외이사 수를 줄이기도 했다.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및 행동주의 펀드 간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움직임의 목표는 명확하다. 이사 임기를 늘리거나 시차임기제를 도입하면 특정 주총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를 줄여 소수 주주가 활용할 집중투표제의 영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사 정원을 줄이면 회사 추천 후보 이외 인사가 진입할 자리가 'T.O.(Table of Ornanization·정해진 정원)'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감사위원을 늘리는 방안도 방어책이다. 예를 들어 감사위원 수를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면 분리선출되는 감사위원 2명의 영향력이 낮아진다. 이를 통해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이사회 다양성과 소수 주주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려 한 상법 개정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3월 주총은 '3% 룰'에 따른 의결 구조 변화와 주주환원 및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두고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및 행동주의 펀드 간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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